안락사 5

죽음을 결정할 권리

며칠 전에 MBC 'PD 수첩'에서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불치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인간에게 죽음을 결정할 권리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었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면 죽음을 결정할 권리도 달라는 아픈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들이 예상외로 많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척수염과 어지럼증을 앓는 두 분이 나온다. 그중 한 분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한 뇌염과 척수염으로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환상통에 시달린다. 생을 마감하려고 스위스 조력사망 센터를 알아봤으나 포기했다고 한다. 스위스에 가자면 다..

참살이의꿈 2024.03.09

안락사를 부탁합니다

'오싱'을 쓴 하시다 스가코 작가는 1925년에 태어났으니 금년이 93세다. 지금도 수영을 하고 매년 몇 달간은 크루즈로 세계 여행을 즐기며 글을 쓰고 있다. 아흔이 넘어도 총기를 잃지 않고 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이 책 는 재작년에 나왔으니 91세에 썼다. 부제가 '후련하게 깨끗이 떠나는 10가지 종활 이야기'다. 종활(終活)이란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다. 어느 시기가 되면 종활이 필요하다. 작가는 원고를 정리하고, 집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사후에 부탁할 일은 '종활 노트'에 적어둔다. 동시에 이 세상을 떠날 마음의 준비도 한다. 작가의 마음가짐은 '없도록 애쓴다!'이다. 깨끗하고 후련하게 떠나기 위해서는 미련이 없어야 한다. 쓸데없는 기대도 하지 않는 '없는' 삶을 살아..

읽고본느낌 2018.08.04

어떻게 죽을 것인가

데이비드 구들이라는 104세 된 호주의 과학자가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구들 박사는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스스로 주사액이 들어가는 밸브를 열었다. 불치병이 없으면서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로 안락사가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구들 박사는 90세에도 테니스를 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100세를 넘으면서 기력이 떨어졌고 눕거나 앉아 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구들 박사는 '추하게 늙는 것(Aging Disgracefully)'을 피하고자 안락사를 선택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졌다. 그가 선택한 곡이었다. 구들 박사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 나를..

참살이의꿈 2018.05.14

가장 존엄한 파티

'한겨레21'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존엄사를 택한 한 여성의 이야기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화가인 베치 데이비스(41)는 3년 전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면서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결국은 숨을 쉬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환자의 50% 가량이 3~4년 안에 세상을 떠난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택했다. 지인들을 초대한 이별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마침 캘리포니아 의회는 작년에 미국에서 5번째로 의료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삶을 끝내는 선택' 조항이다.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치명적인 병에 걸려, 남은 삶이 6개월 미만이며, 온전..

참살이의꿈 2016.09.12

청원

천재 마술사로 인기를 누리던 이튼은 14년 전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방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 그러나 라디오 DJ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치료될 가망도 없이 계속되는 고통에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영원한 행복을 찾기 위해 법원에 안락사를 청원한다. 영화는 어디까지 안락사를 허용할 것인가, 라는 진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죽느냐는 것이 어떻게 사느냐와 결부되어 있음을 영화는 일깨워준다. 영화 전편을 통해 흐르는 음악이 무척 감미로웠다. 특히 'What A Wonderful World'는 지금껏 내가 들었던 중 가장 아름다우면서 슬펐다. 어머니를 땅에 묻으며 이튼이 부르는 이 노래는 정말 가슴 뭉클했다. 가장 슬픈 순간에 부르는 ..

읽고본느낌 201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