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3

그녀가 보고 싶다 / 홍해리

크고 동그란 쌍꺼풀의 눈 살짝 가선이 지는 눈가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눈빛 반듯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 도톰하니 붉은 입술과 잘 익은 볼 단단하고 새하얀 치아 칠흑의 긴 머리결과 두 귀 작은 턱과 가는 허리 탄력 있는 원추형 유방 연한 적색의 유두 긴 목선과 날씬한 다리 언뜻 드러나는 이쁜 배꼽 밝은 빛 감도는 튼실한 엉덩이 주렁주렁 보석 장신구 없으면 어때 홍분 백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나풀나풀 가벼운 걸음걸이 깊은 속내 보이지 않는 또깡또깡 단단한 뼈대 건강한 오장육부와 맑은 피부 한번 보면 또 한번 보고 싶은 하박하박하든 차란차란하든 품안에 포옥 안기는 한 편의 詩 - 그녀가 보고 싶다 / 홍해리 마흔 중반에 접어들면서 삶에 대한 의문이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삶은 고단하고 남루했으며,..

시읽는기쁨 2009.09.17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집 불 밝은 窓門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暗號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罪의 달디단 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아무리 시인일지라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속마음을 드러내도 되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 눈치도 있을 텐데, 더구나 시인의 부인이 이 시를 본다면 기분이 어떨지 헤아리기나 했는지. 그러나 한 편으로는 시..

시읽는기쁨 2009.06.15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박정대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 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 속에 써놓은 사랑은 펄럭이는 깃발 속에서만 유효할 뿐이지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복잡한 거리가 행인을 비우듯 그대는 내 가슴의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간 무례한 길손이었을 뿐 기억의 통로에 버려진 이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맥주를 마시고 잔디밭을 더럽히며 빨리 혹은 좀더 늦게 떠나갈 뿐이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애인이란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박정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자..

시읽는기쁨 2008.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