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꽃 5

아련한 양지꽃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지 올해로 20년 째다. 1996년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해다. 눈을 감으면 처음 꽃을 만나던 감격이 아련히 떠오른다. 모든 게 신기하고 감동이었다. 야외로 나가는 내 손에는 김태정 선생이 쓴 이라는 도감이 들려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는 야생화 교과서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세 권으로 된 그 책은 지금도 책장에 꽂혀 있다. 도감에 보니 '양지꽃' 페이지에 '1996. 4. 7.'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 양지꽃을 본 날이다. 그날의 상황이 눈에 잡힐 듯 선명하다.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을 데리고 남한산성에 올랐다. 아내도 동행했다. 성벽 아래서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노란 꽃이 보였다. 도감을 찾아보니 양지꽃이었다. 아, 이게 양지꽃이구나, 사진으로 보던 것을 실물로 확인할 때만큼..

꽃들의향기 2016.05.23

남한산성 여름꽃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데는 걷기와 함께 꽃사진 찍기도 도움이 된다. 파인더로 꽃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의 시름을 다 잊는다. 그런 목적으로 남한산성을 찾았다. 매크로 렌즈를 만져보기도 오랜만이었다. 무엇에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다. 쥐손이풀 참나리 파리풀 짚신나물 땅비싸리 수크렁 달맞이꽃 양지꽃 갈퀴나물 박주가리 누리장나무꽃 개망초 기린초 돌콩 금계국 큰제비고깔 등골나물 으아리 뱀무 강아지풀 무릇

꽃들의향기 2015.08.11

돌양지꽃(2)

소백산을 올랐을 때 고도가 1000 m 이상이 되니까 돌양지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를 때까지 가장 많이 만난 꽃이 이 돌양지꽃이었다. 꼭 바위틈만 골라 자라는 돌양지꽃은 보통의 양지꽃과 달리 여름에 고산 지대의 바위 사이에서 꽃을 피운다. 그런 조건 탓인지 꽃에서도 강인하고 억척스러운 생활력이 느껴진다. 양지꽃이 별 어려움 없이 자란 도시의 아가씨라면 돌양지꽃은 온갖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자라난 시골의 아가씨 같다. 사람의 얼굴에 그가 살아낸 과거가 새겨져 있듯 꽃도 마찬가지다. 애틋하면서도 그만큼 더 가까이 가고 싶은 꽃이 돌양지꽃이다.

꽃들의향기 2010.07.27

돌양지꽃

관악산 정산 부근 바위 틈에서 이 돌양지꽃을 만났다. 양지꽃은 봄에 피는 꽃이지만, 돌양지꽃은 여름에 핀다. 그것도 높은 산 꼭대기의 바위에서꽃을 피운다. 등산을 하다가 암회색 바위 틈에서 노랗게 피어있는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흙이 있는 좋은 땅도 있건만 돌양지꽃은 이름 그대로 가장 척박한 곳을 찾아서 자란다. 굳이 그런 자리를 지키는 돌양지꽃이 인간의 눈에는 안타깝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 돌양지꽃에게는 그곳이 가장 편안한 자리일 것이다. 올빼미에게는 밤이 낮이고, 지렁이에게는 흙 속이 갑갑하지 않은 법이다.

꽃들의향기 2007.07.19

양지꽃

야생화를 좋아하게 된 초창기에는 베낭에는 항상 도감과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처음 만난 꽃에 환호하고, 그리고 도감으로 이름을 확인하며 다시 기뻐하고, 또 나름대로 사진을 찍어보며 즐거워했다. 그때 도감을 보며 이름을 찾고 알게 된 제 1호 꽃이 바로 이 양지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첫 경험이어선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아마 4월 초쯤 되었을 것이다. 봄꽃을 구경하러 가자며 가족과 함께 남한산성에 올랐었다. 성벽 옆에 피어있던 환한 이 노란색 꽃을 발견하고 모두들 환호성을 올렸다. 관심이 없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꽃이었다. 양지꽃이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양지(陽地)꽃, 이름만 들어도 참 따스한 꽃이다. 말 그대로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대표..

꽃들의향기 200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