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2

피겨 퀸 김연아

8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새해를 맞아 동료들과 직장 상사의 집에 세배를 간 적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상사는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여자 피겨 연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동계 올림픽 중계였다. 나오는 선수들은 모두 미끈한 몸매의 서양인이었다. 그걸 보며 우리는 동양인이 과연 저 무대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해 설왕설래했었다. 더구나 한국인이 세계 피겨 무대에 설 수 있을 때는 언제쯤 될 건지에 대해서도 말을 나누었다. 아마 대부분의 예상이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다시 우승했다. 총점 218.31로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2위와는 무려 20점 넘는 차이가 났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연기였다. 실수나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는데 다른 선..

길위의단상 2013.03.17

이름 없는 양치기

TV를 볼 때면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들이 있다. 여성의 몸을 이용해서 눈길을 끌려는 광고, 지나치게 소비 지향적이고 사치를 부추기는 광고, 승자와 1 등을 찬양하며 경쟁을 당연한 세상의 논리인 양 호도하는 광고들이 그러하다. 요사이 TV에 나오는 광고 중에 칭기즈칸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세상을 호령했던 칭기즈칸도 열정이 없었다면 한낱 이름 없는 양치기에 불과했다는 내용이다. 칭기즈칸과 이름 없는 양치기를 비교하며 양 몇 마리를 몰고 가는 양치기가 초라하게 대비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에게 열정이 없다면 저렇게 초라한 양치기 신세로 된다는 메시지가 그 광고를 보다보면 은연중 들게 된다. 처음 이 광고를 보면서 무척 불쾌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없는 양치기의 삶을 칭기즈칸과 비교하며..

길위의단상 200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