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미술관 4

내가 사랑하는 길

이웃 동네로 넘어가자면 산자락으로 난 이 길을 지나야 한다. 내가 제일 아끼며 사랑하는 길이다. 길이가 200m 남짓 정도로 짧지만 여기에 들면 아늑하고 편안해진다. 사람의 통행도 거의 없다. 돌더라도 다들 차를 이용하지 산길을 걸어서 옆 동네로 갈 사람은 없다. 어쩌다 드물게 나 같은 어슬렁족을 만나기도 한다. 곧 여기에 아파트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이 길도 상당 부분이 훼손될 것이다. 이미 길 곳곳에 포클레인이 할퀸 흔적이 보인다. 진즉에 이 길의 사계를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단풍나무가 많아 길 한편이 붉게 물들면 여느 이름난 단풍 명소 못지않다. 올 가을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길을 지나 이웃 동네로 넘어가서 목현천과 경안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

사진속일상 2021.06.23

단풍과 코로나

올해는 멀고 유명한 곳을 가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단풍을 즐긴다. 오늘은 집 주변 산책길에 있는 영은미술관에 들렀다.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는데 언제부턴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은 단풍나무가 몇 그루밖에 안 되지만, 대신에 색깔이 무척 예쁘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고운 자태를 보여준다. 미술관에 있는 나무답게 단풍나무가 설치미술 작품이 되었다. 인공조형물이건만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 역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2020년을 나타내는 건지 붉은 조형물이 코로나를 닮았다. 설명문이 없어 작가의 의도는 모르지만, 내가 임의로 '단풍과 코로나'로 붙였다. 자연은 수탈이나 이용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바라보며 공존할 때 인간의 삶도 아름답게 빛나지 않겠는가. 멋진 가을 풍경을 마주하면서 자연과..

사진속일상 2020.11.05

우리 동네 미술관

올해 못 본 단풍을 느지막이 우리 동네 미술관에서 보다. 영은미술관, 우리 동네에 있는 유일한 미술관이다. 작품 전시보다는 창작 스튜디오 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좀 거리가 멀다. 영은미술관은 정원이 넓고 예뻐서 찾는다.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다. 미술관 정원에 흰 공 모양의 작품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사람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형태다. 그런데 제목이 'Moon'이다. 예술가의 눈은 기발하다, 달을 웅크린 사람 형상으로 보다니.... 한참을 보니 마치 알 속에 든 사람 같다. 그럼 달은 생명을 품은 알이란 뜻인가. 달은 지구 어머니가 낳은 알이다. 우리 지구를 형상화한다면 어머니가 어..

사진속일상 201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