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산 8

작은 영장산을 걷다

성남에는 영장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둘 있다. 하나는 복정동에 있는 높이 193m의 작은 영장산이고, 다른 하나는 이매동에 있는 413m의 큰 영장산이다. 오늘은 용두회에서 작은 영장산을 걸었다. 성남 누비길 1코스가 작은 영장산을 지나간다. 우리는 복정역에서 출발하여 영장산을 지나 산성역까지만 걸었다. 길이로는 약 4km가 되고, 쉬엄쉬엄 걷다 보니 두 시간이 약간 더 걸렸다. 봄이 오는 산길은 폭신하고 좋았다. 산기슭에 산수유꽃이 활짝 피었다. 예년보다 봄꽃 개화 시기가 빠른 것 같다. 산 중턱의 생강나무도 꽃을 피웠고, 매화도 만개 직전이다. 기습 공격하듯 봄이 쳐들어온 느낌이다. 이제 직박구리도 바빠지는 철이 되었다. 쉼터에는 누군가가 나무뿌리로 바람막을 만들어 놓았다. 걷는 중에 이슬비가 살..

사진속일상 2023.03.09

영장산 북능선을 타다

3년 전에 영장산을 찾았을 때 발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려갈 때는 친구의 스틱을 빌려서 짚고 절뚝거리며 걸었다. 나는 다리나 무릎은 괜찮은데 발이 말썽을 부린다. 그때 이후로 등산을 접고 가벼운 뒷산 정도로 만족하며 지냈다. 오래 쉬고 무리를 하지 않았더니 지금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집에서도 쿠션이 있는 실내화를 신으며 조심한 결과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다시 등산을 시도해 보고 있다. 길게 걸으면 발바닥에 신호가 오지만 무시하고 여러 산길 테스트를 해 보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등산과는 영영 멀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발이 스스로 단련이 되면서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십여 일 정도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늘은 화창한 가을날이 열렸다. 이매 전철역을 기점으로 ..

사진속일상 2021.10.13

영장산에서 삼동으로

어제는 초여름 날씨더니 오늘은 가을처럼 선선하다. 봄날씨 변덕은 알아줘야겠다. 휴일에는 외출을 자제하는데 오늘은 예외다. 하늘 쨍하며 눈부시고, 공기는 더없이 맑고 상큼하다. 심호흡을 크게 하며 영장산으로 향한다. 이매역에서 바로 산으로 들어간다. 도시에 인접한 산이고 휴일인데 산길에서는 사람 만나기 힘들다. 걷기 열풍이 약간 수그러들었나 보다. 산길이 조용하니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이매역에서 영장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절로 힐링이 되는 걷기 좋은 평평한 흙길이 많다. 지금의 나한테 딱 맞는 길이다. 이런 길은 하루 종일 걸어도 괜찮겠다. 정상이 빨리 다가오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영장산에서 북쪽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유행이 뭔지, 레깅스를 입고 등산하는 여자들이 자주 보인다. ..

사진속일상 2019.05.06

누비길: 이배재~영장산

용두회의 누비길 걷기 네 번째로 이배재에서 영장산까지 걸었다. 누비길 3구간은 이배재에서 영장산을 거쳐 태재까지 12km 거리인데, 우리는 반으로 나누어 걸었다. 나도 발에 생긴 티눈 때문에 오래 걷지를 못한다. 영장산에서 새마을연수원으로 내려오는 7km 길이였다. 싱가포르에서 북미회담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산길에서도 그쪽 소식이 궁금했다. 어찌 됐든 회담이 잘 돼서 전쟁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나라가 되기를 비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통일 전까지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1국가 2체제가 정착되면 좋겠다. 직접 차를 몰고 북쪽 땅에도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길에 있는 연리지 소나무다. 나이가 어리지만 이 정도로 완벽한 H 형상의 연리지는 드물다. 한 친구는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수도..

사진속일상 2018.06.14

영장산길을 걷다

홀로 산길을 걷는 것을 나는 '풍요로운 고독'이라고 이름 붙인다. 외롭거나 허기진 고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떠난 대신 구름 친구, 바람 친구, 나무 친구, 꽃 친구, 새 친구가 나를 반겨준다. 유쾌한 벗들로 둘러싸인다. 평일에 산길을 걸으면 몇 시간 동안 한두 사람 스치는 게 고작이다. 그 여백이 무한 즐겁다. 정신 수양으로 한적한 산길 걷기만큼 좋은 건 없다. 때를 벗기려 목욕탕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이라는 퇴계의 시에 보면, 산을 유람하는 것이 책 읽는 것과 같다는 구절이 나온다. 산길을 걷고 나면 좋은 책 한 권 읽은 것 같은 정신의 청량함을 맛본다. 산에 들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이유는 욕심이 비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땀이 밸 듯 걷다 보면 세상의 근심과 걱정..

사진속일상 2014.03.26

영장산을 지나 태재고개까지 걷다

영장산과 태재고개는 성남과 광주를 가르는 검단지맥 위에 있다. 더 내려가면 불곡산까지 이어진다. 영장산에는 두 차례 올랐지만 오늘은 지맥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더없이 상쾌한 날씨다. 지하철 이매역에서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영장산은 400m급의 산이지만 오르는데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산길이 꽤 길기 때문이다. 산에는 평일이어서 사람들과는 드문드문 만난다. 얼마 전에 J 선배와 만났을 때 요사이 등산을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히 안 한다고 대답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평일에 혼자 산을 찾으니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더란다. 일이 없는 백수 신세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창피하다고 말했다. 지금 나는 홀로 산길을 걸으며 무척 행복하다.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옛 동료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사..

사진속일상 2012.05.03

봄눈과 함께 걸은 영장산

어제부터봄비가 내리더니 산에 오르니 눈세상이 되어 있었다. 3월 하순이니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이 될 것 같다. 25차 물리회 산행으로 친구와 둘이서 영장산(靈長山)에 올랐다. 바람이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분당 이매역에서 출발했는데 영장산에 이르는 길은 산을 돌고돌아 꽤 길다. 대신힘든 구간이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정상 바로 전에서 잠깐 숨을 가쁘게 한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게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 같았다. 봄에 보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산 아래서 볼 때보다 흰색이 많이 사라졌다.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틀 전 고량주와 소주로 과음을 한 탓에 어제는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산길을 걸으니개운해졌다. 마음이 괴로운..

사진속일상 2012.03.24

영장산을 넘어 안말까지 걷다

길게 산길을 걸었다. 분당 이매역에서 영장산에 오른 뒤 산줄기를 따라 광주 안말까지 가는 길이었다.총 5시간 30분이 걸렸다. 영장산(靈長山)은 높이가 413 m라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꽤 힘들었다. 처음에는 평탄한 길이었으나 막바지 오르막에서 많이 지쳤다. 이매역에서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영장산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산길은 남한산성과 연결된다. 남한산성까지 가자면 6 시간이 넘게 걸릴 것같다. 나는 망덕산에서 두리봉으로 빠져 광주 송정동으로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집을 중심으로 길게 라운딩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너무 지쳐 끝까지 걸을 수가 없었다. 산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길은 성남과 광주의 시계를 따라 나 있다. 몸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기분..

사진속일상 201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