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영장산 북능선을 타다

샌. 2021. 10. 13. 19:20

3년 전에 영장산을 찾았을 때 발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려갈 때는 친구의 스틱을 빌려서 짚고 절뚝거리며 걸었다. 나는 다리나 무릎은 괜찮은데 발이 말썽을 부린다. 그때 이후로 등산을 접고 가벼운 뒷산 정도로 만족하며 지냈다.

 

오래 쉬고 무리를 하지 않았더니 지금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집에서도 쿠션이 있는 실내화를 신으며 조심한 결과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다시 등산을 시도해 보고 있다. 길게 걸으면 발바닥에 신호가 오지만 무시하고 여러 산길 테스트를 해 보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등산과는 영영 멀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발이 스스로 단련이 되면서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십여 일 정도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늘은 화창한 가을날이 열렸다. 이매 전철역을 기점으로 해서 영장산 걷기에 나선다.

 

 

영장산(靈長山, 413m)은 성남과 광주 경계에 있어서 분당 주민이 제일 많이 이용한다. 이매역을 들머리로 하면 정상까지 4km이고, 두 시간쯤 걸린다.

 

 

영장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길을 탄다. 갈마치 고개와 이배재 고개를 지나 남한산성과 연결되는 길이다. 오르내림이 적어서 걷기 좋은 숲길이다. 이때 쯤되면 몸도 산길에 적응하고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의 쾌감이 느껴진다. 저절로 기분 좋은 상념에 빠져드는 길이다.

 

고불산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나는 여기서 삼동역 방향을 택한다. 걸을수록 집에 가까워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산길은 폭신하고 아늑하다. 이런 길이 2km나 이어진다. 여러 차례 다녔지만 사람을 만난 적이 거의 없었던 한적한 길이다. 

 

 

시야가 열리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앞은 광주시 직동이고 멀리 아파트가 있는 동네가 태전동이다.

 

 

오늘 등산 날머리는 삼동이다. 주택가를 한참 지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휴대폰 '삼성 헬스'에는 22,000보가 찍혔다. 발바닥이 얼얼하다.

 

* 산행 시간: 4시간 30분(10:30~15:00)

* 산행 거리: 11km

* 산행 경로: 이매역 - 종지봉 - 영장산 - 고불산 - 삼거리 - 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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