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손주와 고구마 캐기

샌. 2021. 10. 15. 10:05

 

텃밭에 심은 고구마를 캤다. 진작부터 고구마 캐기를 기다리고 있던 손주도 부리나케 달려왔다. 좁은 텃밭에 심은 고구마라야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도 고구마가 목적이 아니라 고구마순을 먹기 위해서였다. 대략 쉰 포기 정도를 심어 놓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작물에 비하면 홀대를 한 것이다.

 

그래서 고구마 수확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씨알이 굵었다. 손주의 고구마 캐기 체험에 더해 얻은 망외의 재미였다. 고구마는 심어놓기만 했지 거의 제 스스로 자라준 것이다. 거름도 주지 않았다. 되면 되고 말면 말고, 무시했는데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일할 때 옆에 손주가 있으니 활기가 난다. 두 노인만이면 무슨 웃을거리가 있겠는가. 우리는 손주의 작은 손짓, 말짓 하나에도 추임새를 넣어주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땅을 파니 지렁이가 나오고, 지네를 닮은 벌레도 나온다. 손주는 움직이는 것에 즉각 반응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참 신기하다. 나에게는 그저 그런 것이고 무덤덤할 뿐인데, 아이에게는 모두 경탄의 대상인가 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라고 한 선현의 말씀이 옳다는 걸 알겠다.

 

오늘 캔 고구마를 집에 와서 저울에 올려보니 25kg이다. 요사이 고구마 시세가 10kg에 3만 원 정도하는 것 같다. 수확량이든 금액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오늘 하루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준 고구마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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