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운동장의 밤

샌. 2021. 10. 8. 11:15

저녁을 먹고 운동장으로 산책을 나갔다. 코로나 때문이리라, 밤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 저녁 8시밖에 안 됐으니 다른 때 같았으면 꽤 북적였을 터였다. 전주에 내려온 날이었다.

 

3년 전만 해도 장모님 모시고 함께 트랙을 돌았다. 이제는 걸음이 불편해서 나올 엄두를 못 내신다. 흐르는 세월은 야속하고 잔인하다. 누구나 예외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내 두 발로 걸어가지 못할 때가 언젠가는 닥치리라. 그렇다고 인생이 끝나지야 않겠지만 어쨌든 슬프고 쓸쓸한 일이다. 혼자 걷는 걸음이 영 맥이 없다.

 

그나마 한 젊은이가 트랙을 열심히 달린다.
내 그림자
스타디움 전광판
전주를 알리는 광고판도 색이 바랬다.

 

전주 경기장은 사용을 안 하는지 관리나 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겉에 페인트칠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너무 지저분하다. 새로운 종합경기장을 딴 곳에 짓고, 이곳은 다른 용도로 재개발할 계획인가 보다.

 

 

야구장은 완전히 폐쇄되었다. 오래 전에 가끔씩 해태 타이거스가 경기할 때는 집에 있어도 함성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몇 년째 적막 속에 잠겨 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농구대도 마찬가지다.

 

 

다음날은 장인 어른 기일이었다. 모신 성당을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인근에 있는 전주시 양묘장에 들러 코스모스 꽃밭을 구경했다. 양묘장 입지는 좋지만 이곳 역시 관리 상태는 낙제점이었다. 코스모스도 한창때를 지나 많이 졌다.

 

 

때는 아직 아닌데 왠지 늦가을의 스산이 느낌이 드는 전주행이었다. 한 주일의 격을 두고 친가와 처가의 두 분 노모를 차례로 찾아뵈었다. 자식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가 안타깝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실 살펴보면 감사할 일도 많은데, 늘 가슴 한 켠으로 쌩 하니 찬바람이 지나간다. 늙어가고 무너지는 걸 어찌 막을 수 있으랴. 다음은 나와 우리 순서가 아닌가. 인생은 비 맞은 낙엽처럼 후줄근하다. 관조(觀照)니, 달관(達觀)이니, 그런 배 부는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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