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5

26년

1980년 5월 광주의 그날로부터 26년 뒤인 2006년, 가족을 잃은 세 사람이 대기업 회장의 지원 아래 '그 사람'을 처단하기 위한 복수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그리고 미진이 쏜 최후의 총성 한 발과 함께 화면은 어두워진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광주항쟁이라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가족을 잃고 삶이 망가진 사람들의 사무치는 심정을 국외자인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영화에서 대변하고자 하는 복수혈전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 그분들의 아픔에 진하게 공감되었다. 미진이 홀로 서울 도심에서 결행한 1차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영화에서 작전 설계자인 김갑세 회장의 말에서 나오듯이 희생자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가해자의 참회일 것이다. 용서와 화해란 가..

읽고본느낌 2012.12.13

죄는 씻으면 되지요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기 위해 신애는 교도소에 찾아간다. 그런데 대면한 범인은 너무나 태연하고 천연덕스럽다. "하나님을 만나고 죄를 용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늘 감사하고 평화롭습니다." 기독교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던 신애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고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킨다. 영화 '밀양'에 나오는 장면이다. 4년 전, 20대 아버지가 아들 둘을 동작대교에서 한강 아래로 던져 죽인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 뒤에 범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왜 죽였어요?" "살기 힘들어서요." "그럼 왜 같이 죽지 않았나요?" "기독교인이라 자살은 안되요." "자식은 죽여도 되나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독교인이면 자식은 죽여도 되나요?" "죄는 씻으면 되지요!" 산 아들을 던진 것도 충격적..

참살이의꿈 2007.08.04

밀양

중앙시네마에서 영화 ‘밀양’을 보았다. ‘밀양’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만큼 화제작인데다 인간의 고통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해서 관심이 컸다. 그런데 왠 일, 300석 가까운 좌석에 고작 10여명이 앉아서 영화를 보았다. 아무리 이른 저녁 시간이지만 텅 빈 좌석이 너무 쓸쓸했다. ‘밀양’은 고통과 용서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런대로 잘 소화해 낸 작품이었다. 직접적으로는 한 인간에게 가해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무게에 가슴 아팠고, 더 나아가서는 고통을 대하는 종교와 종교인들의 태도와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전도연이 분한 신애는 극한의 고통에 몰리고 결국 신앙에서 도피처를 찾는다. 그러나 유괴범을 면회 갔을 때 유괴범이 천연덕스럽게 하나님으..

읽고본느낌 2007.06.05

아미쉬의 용서

K형! 새해 인사도 변변히 드리지 못했군요. 형에게는 왠지 진부한 새해 인사가 어울릴 것 같지 않네요. 여전히 잘 지내시겠지요? 미국에 있는 아미쉬 공동체를 요즈음 새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형은 그 종교적 공동체에 대하여 전에 별로 탐탁치 않게 말한 적이 있었지만요. 형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러나 공동체의 수명이 길어야 30년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래도 아미쉬 공동체는 근 30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어떤 평가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들은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가장 반문명적이고 반자본주의적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전기, 전화, 자동차, TV)을 거부하는 그들은 겉모습만 보아도 구별이 됩니다. 그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

참살이의꿈 2007.01.09

용서의 능력

최근에 읽었던 ‘용서’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흑백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 해방 운동 단체에 의해 수류탄 공격을 당한 한 백인 여성이 있었다.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무차별적인 공격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 공격으로 그녀의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녀 역시 장기간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생명은 구하고 퇴원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를 목욕시켜 주고, 옷을 입혀 주고, 음식을 먹여주어야 했다. 그녀의 몸속에는 아직도 많은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다. 과거사 진실 규명 위원회에 출석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건은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어요.” “가해자를 만나고 싶군요. 용서하는 마음으로 ..

읽고본느낌 200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