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공 34

논어[266]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곧은 인격을 알아주는 사람은 드물구나!" 子曰 由 知德者鮮矣 - 衛靈公 4 자로는 공자와 8살 차이다. 둘은 스승 제자 사이지만 어쩌면 친구 같은 감정도 있었는지 모른다. 말년으로 갈수록 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 여기 나오는 짧은 대화에서도 그런 낌새가 느껴진다. 공자가 자로와 마주 앉아 술 한잔하면서 속마음을 토로했을 것 같다. '이인' 편에는 공자의 이런 말이 나온다. "德不孤 必有隣[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드물지만 그래도 덕을 알아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귀하니까 오히려 드문 것이다. 정신의 가치는 외로움으로 인하여 더욱 빛난다.

삶의나침반 2017.12.12

논어[265]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운 지식인인 줄 아느냐?" 대답하기를 "네, 그렇지 않은가요?" "그렇지 않다. 내 지식은 하나로 꿰뚫었다." 子曰 賜也 女以予 爲多學而識之者與 對曰 然 非與 曰 非也 予一以貫之 - 衛靈公 3 증자는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를 충(忠), 서(恕)로 보았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지식을 하나로 꿰뚫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관지는 논리 체계가 아니라 깨달음의 영역이다. 임의로 정한 원칙이 아니다. 자신이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공자는 세상살이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그것이 일이관지라는 말에 담겨 있다. 우리가 배우는 목적도 자신의 일이관지를 얻으려는데 있다. 애써 배운 것들이 단순한 지식 나부랭이에 그친다면 미망의 늪에 더 빠져들 뿐이다. "내 지식은 하나로..

삶의나침반 2017.12.06

논어[264]

진나라에서 식량이 떨어지자 따르던 사람들이 시들시들 일어나지 못하므로 자로가 뿌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훌륭한 인물들도 궁한 때가 있는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들에게도 본래 궁한 때가 있는데, 하찮은 사람들은 궁하면 함부로 하느니라."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 온見 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 窮斯濫矣 - 衛靈公 2 '군자고궁(君子固窮)'을 전에는 '군자는 궁함을 고수한다'로 해석했다. '자발적 가난'을 스스로 선택하고 지켜나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자는 부유할 때도 있고 빈천할 때도 있다고 봤지, 어느 한 편을 두둔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여기 해석이 바른 것 같다. "군자에게도 궁한 때가 있다." 문제는 궁함을 대하는 태도에서 군자와 소인이 구별 된다. 군자는 궁함..

삶의나침반 2017.11.30

논어[263]

위나라 영공이 선생님께 진 치는 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기 늘어놓는 법은 진작 배웠지만 병졸 늘어놓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 이튿날 떠나버렸다. 衛靈公問 陳於孔子 孔子對曰 俎豆之事 則嘗聞之矣 軍旅之事 未之學也 明日遂行 - 衛靈公 1 당시는 군사력이 곧 국력인 시대였다. 위나라 영공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공자가 꿈꾸는 세상은 예와 덕으로 다스려지는 나라였다. 김구 선생이 자서전에서 강한 나라보다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려는 소망을 밝힌 것과 비슷하다. 공자는 제 뜻을 펼칠 수 있는 다른 나라를 찾아 주저없이 떠났다. '바로 다음날 떠나버렸다'는 설명이 잘 말해준다. 공자 본인이든지 아니면 제자 중에라도 진 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

삶의나침반 201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