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효 2

인간 / 유자효

같은 종을 죽이는 종 닮으면 닮을수록 더욱 잔인하게 죽이는 종 마침내 제 터전마저 허무는 종 제 새끼들이 살아야 할 터전까지도 제멋대로 없애버리는 종 마침내 자살로 멸종의 길로 가는 이 세상에 전례가 없는 희한한 종 똑똑한 체하면서도 가장 어리석은 종 - 인간 / 유자효 대학생 때 생물학 시간을 좋아했다. 담당 교수님이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동물의 왕국' 이상으로 흥미롭게 설명해주셨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얘기 중 하나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산다는 레밍이라는 쥐다. 번식력이 좋은 레밍은 어느 시기가 되면 집단으로 이동하다가 해안가 절벽에 이르러 모두 바다로 떨어진다고 한다. 일종의 집단 자살이다. 이유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신기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시를 읽다가 레밍이 ..

시읽는기쁨 2023.08.29

짧은 죽음 / 유자효

영화 '쿼바디스'에서 보았다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 사자 무리에 맞서 공포에 떠는 기독교도들에게 나이 든 여성이 달래는 말 "두려워 마요. 금방 끝날 거예요" 이때의 죽음은 자비 빨리 끝내주는 것이 은혜가 되는, 절망적인 병과 마주 섰을 때 고통과 공포에 떠는 환자에게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를 가장 사랑하는 이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 서야 할 시간에 연약한 영혼을 달래주는 것은 최후의 은총 짧은 죽음 - 짧은 죽음 / 유자효 품위 있는 죽음이라거나 웰 다잉 같은 말을 이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노화와 죽음이 어떻게 한 인간을 허물어뜨리는지 알기 때문이다. 멀쩡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치매가 찾아와서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고 인간관계가 불가능해진다. 존경받던 선배 한 분은 이태째 정신줄을..

시읽는기쁨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