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9

코로나 격리의 지루함을 달래준 두 영상

어떤 사람은 코로나로 격리되어 있을 때 그간 시간 여유가 없어 못 본 영화와 드라마를 실컷 봤다고 한다. 증상이 경미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러질 못했다. 머리가 띵 하고 의욕이 없으니 정신 집중이 필요한 독서나 영화 감상 따위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에 유튜브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봤다. 'Just for Laughs Gags'라는 캐나다 TV 프로그램인데 길거리에서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서 놀라는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즐기는 내용이다. 캐나다식 몰래카메라인 셈이다. 길이가 3분 정도로 짧고 스피디하게 전개되어 보는 데 지루할 틈이 없다. 마지막에 몰래카메라를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특히 재미있다.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캐나다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점도 ..

길위의단상 2022.08.20

되는 대로 살거라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너희는 별일 없냐?"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온다. 요즘은 그 뒤에 꼬리가 하나 더 붙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되는 대로 살아라.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다." 어머니는 되는 대로 살라고 하실 분이 아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분이시다. 또 이런 말도 하신다. "살아보니 돈도 다 필요 없더라. 건강만 하면 아무것도 문제 안 된다." 되는 대로 산다는 게 인생에 대해 무책임한 것 같지만 어머니 삶의 지혜에서 나온 충고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는 인간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들려고 하는 데서 갈등과 다툼이 생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받아들이고, 되는 건 되는 대로 받아들이면 살아가는 일이 ..

길위의단상 2014.06.04

겨울왕국

애니메이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다. 지난 16일 개봉한 '겨울왕국'은 현재 누적 관객수 7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사람을 불러모으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았다. '겨울왕국'의 매력은 음악에 있는 것 같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은 대부분 음악과 연관이 있다. 특히 깊은 산속으로 숨으며 엘사가 부르는 'Let it go'가 백미다. 세상을 버리고 자기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소녀의 결기와 자신감이 좋았다. 누구의 인생에서나 과거와 결별해야 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Let it go, Let it go / 다 내려놓자, 다 내려놔 That perfect girl is gone / 그 완벽했던 소녀는 이제 없어 Here I stand in t..

읽고본느낌 2014.02.08

첫눈이 내리다

뒷산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올겨울의 첫눈을 맞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눈을 온몸으로 받았다. 10여 분간 내리더니 이내 그쳐 땅에 쌓일 정도는 아니었다. 맛보기로 보여준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나오던 꼬마가 손을 내밀며 "눈이네요!" 한다. 다른 꼬마는 생긋 웃으며 내 옷에 붙은 눈을 털어준다. 한 할머니는 자동차 유리문을 내리고 환한 얼굴로 손주에게 눈 구경을 시켜준다. 한 살 정도 된 아기도 해맑게 웃는다. 남녀노소 모든 이의 얼굴에 미소와 탄성을 자아내는 첫눈이다. 아파트 뜰에 산길에 생을 마감한 낙엽이 뒹굴고 있다. 각각 색깔은 달라도 생명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모두 가볍고 아름답다. 이 시기면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고엽(枯葉)'으로 알려진 'Autumn Leaves'다. 에릭 클랩튼..

사진속일상 2013.11.18

나무의 꿈

아름다운 가사에 맑고 고운 인디언 수니의 음색이 잘 어울린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듣는 노래다.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자리 나무 끝에 쉬어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

길위의단상 2012.09.03

화성의 속살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지난 8월 6일에 화성에 착륙했다. 작년 11월에 지구를 출발하여 8개월여 만에 무사히 도착했다. 큐리오시티는 주로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조사한다고 한다. 그동안 조용하던 미항공우주국[NASA]이 이제 화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 인간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모른다. 큐리오시티가 보내주는 선명한 화성 표면 영상에 가슴이 설렌다. 우리 사막의 일부라 해도 믿을 정도로 지구와 닮았다. 아주 옛날에는 화성에도 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면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흔적이라도 발견한다면 대단한 성과가 될 것이다. 먼 미래의 어느 때에는 저곳에도 인류가 북적거리며 살게 될까? 나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큐리오시티가 보낸 사진이다. 큐리오시티를 화성에 착륙시..

길위의단상 2012.08.28

제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아세요?

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고 희망하며 투표를 했다. 그러나 투표로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선거란 어쩌면 그들의 지배를 합법적으로 용인해주는 절차인지도 모른다. 서민을 위한다는 권력자를 골라 뽑는다고 서민의 정의가 이루어질까? 그래도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하자.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암담함이 투표장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침묵과 무관심은 불의의 세력에 대한 암묵적인 찬동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참여가 그나마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고 믿기에.... . . . . . . . . "제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아세요?" "제가..

참살이의꿈 2012.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