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상 2

별 / 윤주상

우리가 이 별 저 별 하듯이 너희도 이 인간 저 인간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가 너희더러 반짝인다고 말할 때 너희도 우리가 몸부림친다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나는 안다 오리온좌 카멜레온좌 카시오페아좌 등으로 쓸데없이 우리가 너희를 갈라 놓았듯이 너희는 우리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우는 자와 웃는 자 오른쪽과 왼쪽 남과 북 등등으로 늬들보다 더 복잡하게 갈라져 있음을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별이여 나는 알 수가 없구나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고 우리가 너희를 노래하는 밤에도 왜 너희는 결코 우리를 노래해 주지 않는지를 너희가 가장 밝게 빛나는 밤에 우리는 이 땅의 가장 어두운 길을 가고 있음을 별이여 너희는 과연 알기나 하는 일인지 - 별 / 윤주상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리 위에..

시읽는기쁨 2017.01.06

우리나라 풀 이름을 위한 서시 / 윤주상

우리나라 풀 이름들 외고 있으면 씨감자로 배를 채운 저녁나절처럼 왜 그렇게 속이 쓰리고 아려오는지 쥐오줌풀, 말똥가리풀, 쇠뜨기풀, 개구리발톱, 개쓴풀, 개통발, 개차즈기, 개씀바귀, 구리때, 까마중이, 쑥부쟁이, 앉은뱅이, 개자리, 애기똥풀, 비짜루, 질경이, 엉겅퀴, 말똥비름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못나고 천박하고 상스러운 이름들뿐인지 며느리밑씻개풀, 쉽싸리, 개불알풀, 벌깨덩굴, 기생초, 깽깽이풀, 소루쟁이, 쇠비름, 실망초, 도둑놈각시풀, 가래, 누린내풀, 쥐털이슬, 쑥패랭이, 논냉이, 소경불알, 개망초, 색비름풀..... 왜들 그렇게 모두가 하나같이 낯뜨겁고 부끄러운 이름들뿐인지 쥐꼬리망초, 명주실풀, 며느리밥풀, 좁쌀풀, 속속이풀, 송장풀, 주름잎, 쐐기풀, 쑥부지깽이, 개밥풀, 겨우살..

시읽는기쁨 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