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5

쓰기의 말들

당구 책을 읽는다고 당구를 잘 칠 수 없듯이,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끔 글쓰기 책을 힐끔거리는 건 되도록이면 글을 잘 쓰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무엇에고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은 '글 쓰는 사람'인 은유의 글쓰기 안내서다. 부제가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글을 써 보고 싶어지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은유의 글쓰기 수업은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팁이 많아 실제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 이 책은 유명인이 남긴 104개의 문장을 소개하면서 지은이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글쓰기의 다양한 길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몇 가지는 나올 것이다. 이번에..

읽고본느낌 2023.12.13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현장 실습생으로 CJ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김동준 학생은 회식 자리에서 선임자한테 뺨을 맞았고, 며칠 후 회사 기숙사 4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폭행이었지만 그 전에 과도한 업무와 강압적인 회사 분위기가 있었다. 2014년 봄에 일어난 일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에 들어간 김 군은 현장 실습을 나가서는 전혀 엉뚱한 일을 배정받았다.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진천 육가공공장에 배치된 것이다. 학교에만 있다가 갑자기 현장에 나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모든 실업계고등학생이 겪는 문제지만 사회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젊은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라는 말이 나온다. 은 은유 작가가 김 군의 주변 사람을 인터뷰한 르포르타주다. 김 군 가족..

읽고본느낌 2020.06.14

다가오는 말들

은유 작가의 산문집으로 작가의 색깔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글의 소재는 가족, 글쓰기 모임의 학인, 인터뷰를 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나눈 사연 중심으로 되어 있다. 글에는 세상과 인간을 보는 작가의 섬세하고 따스한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은유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한 건 그분의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15년쯤 전일 것이다. 지금은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그때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주부로서 아이를 키우며 느낀 감상을 진솔하게 써서 많은 공감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서태지 음악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그 뒤로 작가의 책은 나오는 대로 찾아 읽어 보았다. 영민하면서 문재(文才)랄까, 재기가 반짝이는 글이 좋았다. 역시 몇 줄만 읽어봐도 은유 작가의 글이란 걸 금방 알 수 있다. 반면에 약간은 ..

읽고본느낌 2019.12.10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작가의 산문집이다.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글 참 잘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상의 이야기를 이만큼 맛갈스럽게 풀어내는 재주도 드물 것이다. 또한 글의 기저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이 들어 있다. 문체는 솔직하고 명쾌하며 통통 튀지만, 내용은 돌직구처럼 묵직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쉽게 보내주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는 여자, 존재, 사랑, 일의 네 가지 주제로 되어 있다. 삶의 현장에서 누구나 부딪치는 문제들이다.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의 생계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더구나 예민한 감성이 작은 것 하나 허투루 흘리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여성의 시각에 대해 남성들은 무지한 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의 입장에 대해서 배우는 바가 ..

읽고본느낌 2017.12.19

글쓰기의 최전선

이 책의 저자인 은유 작가를 안 건 오래되었다. 팔 년쯤 전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이라는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그때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글쓰기 지도에 나서기 전이었다. 블로그에서는 아이들 교육 문제나 일상의 고민을 진솔하게 고백해서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글에는 이 야만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뇌가 있었다. 블로그를 자주 찾게 된 건 작가의 뛰어난 글쓰기 솜씨도 한몫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작가는 글쓰기 지도에 전념하게 되었고, 그 뒤로 블로그에는 소홀한 듯하여 아쉬웠다. 은 그동안 작가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얻은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글쓰기 지도 방식은 독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같이 책을 읽고 생각 나누기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다. 글쓰기의 기교보다..

읽고본느낌 201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