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3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작가의 여행 산문집이다. 작가가 찍은 여행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글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책 표지 뒷면에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이렇다.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ㅅ'들과 함께 사는 혼자 사람. 이 책 를 읽으며 '자신을 지키는 삶'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나를 세상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내 개성을 세상과 병립시키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과 불화하지 않으면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독립적이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내 색깔을 고이 간직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같은 것들이다. 책 제목에..

읽고본느낌 2020.01.30

끌림

이병률 작가의 감성 충만한 여행기다. 여행지와 작가의 교감이 글과 사진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카메라 하나 들고 혼자서 계획 없이 떠돌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낯선 도시 뒷골목에 허름한 숙소를 정하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싶다. 며칠 빈둥거려도 좋겠다. 이런 여행에 대한 로망 하나 나에게도 있다. '포카라에서 열흘'을 꿈꾼 게 십 년이 넘었지만 유효기간은 아직 남아 있다. 반으로 평가절하된 네팔 화폐도 여전히 내 지갑 속에서 제 땅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언젠가는 오겠지. 작가의 글 한 편을 옮긴다. 좋아해 낡은 옷을 싸들고 여행을 가서 그 옷을 마지막인 듯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해. 한 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 계속 빨고 있는 나와 그 빨래가 마르는 것, 그리고..

읽고본느낌 2020.01.17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일행과 헤어져서 돌아오다가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화사한 가을 햇살에 끌려 중간에 내..

시읽는기쁨 2019.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