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혼자가 혼자에게

샌. 2020. 1. 30. 11:39

이병률 작가의 여행 산문집이다. 작가가 찍은 여행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글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책 표지 뒷면에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이렇다.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ㅅ'들과 함께 사는 혼자 사람.

 

이 책 <혼자가 혼자에게>를 읽으며 '자신을 지키는 삶'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나를 세상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내 개성을 세상과 병립시키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과 불화하지 않으면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독립적이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내 색깔을 고이 간직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같은 것들이다.

 

책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작가는 독신이다. 둘보다는 혼자가 편하기 때문에 선택한 삶의 방식일 것이다. 독신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사람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라 생각한다. 결혼 적령기라든지 인간이라면 마땅히 결혼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그때는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선택에는 과보가 따르는 법이다. 불행하게도 인생에서는 과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하는 선택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현자(賢者)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가 아니겠는가. 벚꽃이 필 때만이 아니라 벚꽃이 질 때도 아름답다. 작가가 고독한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이를 보여준다. 외적 상황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기를, 그리고 안으로는 예민한 감성의 결을 잃지 않기를, 책을 덮으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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