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9

이탈리아 우산소나무

이탈리아 풍경에서 제일 눈에 띈 것이 우산소나무다. 시골이나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 크고 날씬한 멋쟁이 소나무다. 학처럼 맑고 고고한 분위기를 풍긴다. 곧은 줄기가 위로 자라서는 몇 갈래로 나누어진다. 우리나라 소나무로는 반송과 닮았다. 버스를 타고 갈 때 보니 옛 로마가도에도 가로수로 우산소나무가 심겨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사랑하는 나무인 것 같다. 우산소나무의 원산지는 지중해로, 남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자란다. 외양이 무척 아름다운데 우리나라에 심으면 어떨까 싶다. 관상수로는 최고가 될 것 같다. 우산소나무와 함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나무가 사이프러스다. 측백나무과로 나무 모양은 길쭉한 삼각형이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건물과 사이프러스는 특히 잘 어울린다. 한..

천년의나무 2018.03.22

이탈리아(7) - 로마

"마침내 나는 이 세계의 수도에 도달했다." 1786년 로마에 도착한 괴테는 기행문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그리고 이날이 자신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1년간 로마에 거주하며 보고, 배우고, 사람들과 교유를 했다. 수개월 동안 걷거나 마차를 타고 힘들게 로마에 도착한 괴테와 달리 나는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만에 로마에 내렸다. 그리고 일주일간 이탈리아 주요 지역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괴테가 봤다면 기가 찰 노릇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 역시 들뜨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로마에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걸린 시간은 다섯 시간에 불과했다. 슬프다. 바티칸 한 곳도 다섯 시간으로는 부족할 텐데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전차경기장, ..

사진속일상 2018.03.21

이탈리아(6) - 폼페이, 카프리

AD 79년 여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용암과 함께 분출한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화산력이 폼페이를 덮쳤다. 폼페이 주민은 피할 겨를도 없이 20m가 넘는 두께의 화산재에 갇혔다. 도시 전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폼페이는 잊혀졌다. 그로부터 1,600년이 지나서 폼페이 유적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발굴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2천 년 전 로마 시대의 도시가 온전한 모습으로 지상에 드러나고 있다. 비극적인 참사가 도시를 원형 그대로 보존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 일곱째 날, 새벽 6시에 로마를 출발해서 아침은 간편식으로 버스에서 먹는다. 로마에서 폼페이까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세 시간 정도 걸린다. 폼페이에서 현지인 가이드가 한 명 더 합류한다. 오늘은 폼페이를 보고 카프리까지 갔다 와야 하므로 ..

사진속일상 2018.03.20

이탈리아(5) - 피렌체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는 장점이 있으나 겉핥기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주마간산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명소에 가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대개 기념사진 몇 장 찍으면 끝난다. 유럽에는 예쁜 성당이 많다. 제대로 보자면 안에도 들어가 봐야 하는데 시간상 어림도 없다. 그저 성당 껍데기만 구경할 뿐이다. 여러 군데를 다니자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개인여행을 생각해 보지만 만만치 않다. 숙소를 정하는 것부터 모든 일정을 직접 짜야 한다. 제일 골칫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 하나 먹는데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젊을 때야 패기로 부딪쳐 본다지만 나이 들어서는 너무 큰 장벽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패키지를 선택한다.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따라만 가 주..

사진속일상 2018.03.19

이탈리아(4) - 친퀘테레, 피사

어제 묵은 밀라노의 티파니 호텔은 시설이 안락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중간에 잠을 깨지 않고 4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이탈리아 여행 다섯째 날이다. 호텔에서 보이는 이탈리아 아파트다. 이탈리아에는 아파트를 보기 어렵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당이 있는 집을 선호한다. "사랑을 얻으면 한 달이 행복하고, 젖소를 얻으면 1년이 행복하고, 마당을 가꾸면 평생 행복하다"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한다. 친퀘테레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걸어간다. 가로수인 오렌지나무가 정겹다. 친퀘테레행 기차를 타는 라스페지아 기차역이다. 숨가쁘게 달려갔지만 눈 앞에서 기차를 놓쳤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앞에서 비둘기와 놀다. 빵 부스러기를 주니 먹이 다툼이 치열하다. 친퀘테레(Ci..

사진속일상 2018.03.19

이탈리아(3) - 베로나, 밀라노

3월 11일 이탈리아 여행 넷째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은 여유 있는 일정이라 7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한다. 오전은 베로나, 오후는 밀라노 관광이다. 베로나(Verona)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된 도시다. 교황파와 황제파의 싸움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랑 이야기다. 관광객들은 줄리엣을 만나러 베로나로 몰려든다. 그러나 시대 배경은 맞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소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베로나 시에서는 건물을 사서 줄리엣의 집으로 꾸몄다. 사람들은 허구의 집인 이곳으로 끊임없이 찾아온다. 문화 컨텐츠가 성공한 예다. 또 다른 베로나의 자랑거리는 아레나 원형경기장이다. 현존하는 원형경기장 중 세 번째로 크다.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

사진속일상 2018.03.18

이탈리아(2) - 베네치아

3월 10일, 이탈리아 여행 셋째 날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어서인지 하늘은 잔뜩 흐리고 가랑비가 뿌린다. 비 오는 날 베네치아 관광은 최악이라는데 제발 많은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베네치아(Venezia)는 바다 위에 세워진 경이로운 도시다. 베네치아의 역사는 6세기에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열두 개의 섬에 마을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베네치아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가 되면서 번영을 누리게 된다. 10세기의 베네치아 공화국은 이탈리아 도시 국가 중 가장 부강한 나라였다. 15세기까지 황금기를 구가하던 베네치아는 이후 쇠락해 간다. 지금은 110여개의 섬들이 400개가 넘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3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실제 베네치아에 가면 엄청난 규모에..

사진속일상 2018.03.18

이탈리아(1) - 아시시

2018년 3월 8일 오후 4시 40분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낮 12시 4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까지 12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8시간의 시차가 난다. 아내와 함께 하는 7박 9일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공항 밖에서 패키지여행 멤버들이 모였다. 총 27명인데 여자가 24명, 남자가 3명이다. 여자끼리 단체로 온 10명과 8명 그룹에 우리와 비슷한 나잇대의 부부, 그리고 자매와 모녀 팀, 혼자 온 남자가 한 명 있다. 여자들 틈새에서 어떻게 지낼까, 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첫날은 다른 일정 없이 로마 시내에 있는 호텔에 가서 쉬었다. 저녁으로는 김밥이 나왔다. 호텔로 가는 길에 만난 이탈리아의 첫인상은 회색빛으로 우중충했다. 사람들도 무뚝뚝해 보..

사진속일상 2018.03.17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마침내 나는 이 세계의 수도에 도달했다." 1786년 11월 1일의 기행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괴테는 로마에 입성한 날을 제2의 탄생일이라고 불렀다. 괴테가 로마에 머무른 기간은 1, 2차 합치면 1년이 좀 넘는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로마를 알려면 적어도 몇 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의 중심에는 로마가 있었다. 괴테는 37세 되던 1786년 9월에 독일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리고 1년 9개월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호흡한다. 문필가답게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이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에서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부단히 탐구하며 성장해 나가려고 애쓰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괴테의 관심 대상은 제한이..

읽고본느낌 201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