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4

일 년 만의 일박 여행

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코로나는 많은 사람의 여행길을 막았다. 당일치기 나들이는 가끔 했어도 일박 이상의 여행을 다녀온 지가 일 년이 한참 넘었다. 해외는 엄두도 못 내고 국내 여행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동해안으로 놀러 간 둘째가 합류하라고 연락이 왔다. 마침 정부에서도 가족끼리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해제한 터였다. 날씨가 나쁘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떠났다. 먼저 양양성당에 들러서 성지 참배를 하고 낙산사를 찾았다. 워낙 오랜만에 와서인지 들머리부터 낯설었다. 보타전을 중심으로 해서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해수관음상 마당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시원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낙산해수욕장은 젊었을 때 단골 장소였다. 낙산사 경내의 양지바른 언덕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지나는 사람들 ..

사진속일상 2021.02.17

손주와 속초 피서

손주를 모시고(?) 2박3일 속초에 피서를 다녀왔다. 아내와 사위 없이, 딸 둘에 손주 둘과 함께였다. 나는 오로지 기사로 필요했다. 둘째가 운전을 시작했으니 이런 여행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앞으로 더위라는 말이 나오면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될 2018년이다. 마침 우리가 간 때에 속초와 강릉 지방에는 2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덕분에 낮 기온도 20도 중반대로 떨어졌다. 피서를 제대로 한 셈이다. 첫날 저녁에는 봉포 해변으로 바다 구경을 나갔다.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며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세찬 비가 퍼부었다. 비가 잦아든 오후가 되어서야 아이들은 워터피아로 놀러갔다. 숙소는 한화 리조트였다. 마침 뽀로로 방이 배정되어 아이들..

사진속일상 2018.08.08

만해 길을 걷다

불교아카데미에서 주관한 금강산 건봉사의 불이분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첫날은 만해의 길을 탐방했다. 만해의 길은 한용운 스님이 백두대간을 넘어 백담사와 건봉사, 유점사 등을 왕래할 때 이용했던 길이다. 선유령과 흘리계곡을 잇는 옛길이다. 우리는 마산봉 임도 입구에서 소똥령을 거쳐 장신리까지 12km를 걸었다. 23일 아침 7시에 잠실운동장에서 버스 5대로 출발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이렇게 부지런을 떤 기억은 없다. 아침 식사는 김밥이었고, 점심은 주먹밥이 나왔다. 임도로 쓰기 위한 길은 널찍했다. 대신 아기자기한 산길의 맛은 없었다. 지루하게 여겨질 때쯤 장신리에 닿았다. 점심 포함 3시간 20분 가량 걸렸다. 건봉사를 둘러보고 절에서 저녁 공양을 했다..

사진속일상 2017.09.25

안산 일출

안산 자락에서 일출을 보았다.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며 수줍은 듯이 해가 떠올랐다. 두 눈으로 해돋이를 보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이렇듯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는 그동안 내가 너무 게을렀다. 또는 마음속에 그 무슨 간절함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아니면 인생을 건성건성 살으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뒤섞인 도시 위로 우주의 등대인 양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새해 첫날처럼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자락길을 한 바퀴 돌았다. 8km를 걷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우리 수준에서는 딱 걷기 알맞은 길이었다. 어느 길이나 다 그러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를 길에서 받는다. 원망과 미움의 감정도 스르..

사진속일상 201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