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코로나는 많은 사람의 여행길을 막았다. 당일치기 나들이는 가끔 했어도 일박 이상의 여행을 다녀온 지가 일 년이 한참 넘었다. 해외는 엄두도 못 내고 국내 여행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동해안으로 놀러 간 둘째가 합류하라고 연락이 왔다. 마침 정부에서도 가족끼리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해제한 터였다. 날씨가 나쁘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떠났다.
먼저 양양성당에 들러서 성지 참배를 하고 낙산사를 찾았다. 워낙 오랜만에 와서인지 들머리부터 낯설었다. 보타전을 중심으로 해서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해수관음상 마당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시원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낙산해수욕장은 젊었을 때 단골 장소였다.
낙산사 경내의 양지바른 언덕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지나는 사람들 입에서 모두 와~ 하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낙산사에 왔으면 의상대를 빼놓을 수 없겠다.
아쉽게도 홍련암으로 가는 길은 폐쇄되어 있었다. 코로나 때문이다.
이어서 속초항 입구에 있는 영금정(靈琴亭)에 갔다. 영금정은 정자가 아니라 돌로 된 산을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 산에 부딪쳐서 나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오묘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란다. 항구를 개발하면서 이 산은 대부분 깎여나가고 일부만 남아 있다.
방파제에서 본 속초 시내와 설악산의 모습이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등대까지 걸어가는 것은 포기했다.
숙소로 오가는 길에서 본 울산바위.
이날 부는 바람이 태풍급일 정도로 거세서 감히 밖에 나가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숙소 베란다에서 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삼각대가 넘어질까 봐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했다.
6시에 기상해서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구름 없는 하늘이라 밋밋했지만 대신 파도가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주었다. 춥고 손이 시려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캔싱턴 리조트는 넓고 안락해서 만족스러웠다.
아침 식사를 하니까 고양이가 몰려왔다.
이 녀석은 쳐다보는 눈길이 너무 애절해서 우리가 먹으려 준비해 간 고기 반찬까지 보태주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를 나서니 갑자기 몰아친 돌풍에 혼비백산했다.
시간이 지나니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었다. 숙소에서 화암사까지 산길 산책로가 잘 나 있다.
길은 계곡을 따라 화암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약 2km다.
화암사 입구까지 갔지만 퇴실 시간이 가까워져서 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오후에 눈 내리는 궂은 날씨가 예보되어 일찍 집으로 출발했다. 짧은 일박이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긴 여행이었다. 손주 때문에 자주 웃으며 즐거웠고, 별과 일출 사진을 찍어볼 수 있어 나름 만족이었다. 동시에 가까이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함께 한 시간은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