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29

사기[7-3]

중유(仲由)는 자가 자로(子路)이고 노나라 변(卞) 지역 사람이다. 공자보다 아홉 살 아래이다. 자로는 성격이 거칠고 용맹한 힘을 좋아하며 뜻이 강하고 곧았다. 수탉의 깃으로 만든 관을 쓰고 수퇘지의 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에 차고 다녔다. 그는 한때 공자를 업신여기며 포악한 짓을 했다. 그러나 공자가 예의를 다해 자로를 조금씩 바른길로 이끌어 주자, 자로가 나중에는 유자(儒子)의 옷을 입고 예물을 올리며 공자의 문인들을 통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자는 자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한쪽의 말만 듣고 옥사를 판결할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용기 있는 행동을 좋아하는 데 있어 나를 능가하지만 재주는 취할 것이 없다." "자로와 같은 자는 제 명에 죽기 어려울 것이다."..

삶의나침반 2023.09.29

논어[336]

자로가 따라오다가 뒤쳐졌다. 지팡이로 대바구니를 짊어진 어느 노인을 만났다. 자로가 묻기를 "여보시오! 우리 선생님을 만나셨습니까?" 그 노인은 말하기를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곡식조차 구별 못하는 사람을 누가 선생님이라 하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김을 맨다. 子路 從而後 遇丈人 以杖荷조 子路問 曰 子見夫子乎 丈人 曰 四體不勤 五穀不分 孰爲夫子 植其杖而芸 - 微子 5 공자 일행에서 뒤처진 자로가 또 다른 은둔자를 만난다. 공자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자로에게 노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곡식조차 구별 못하는 작자는 선생이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이것도 당시 유학파에 대한 비판의 하나였을 것이다. 육체적인 일을 천시하는 풍조가 유학에는 애초부터 배태되어 있는지 모른다. ..

삶의나침반 2019.04.20

논어[328]

자로가 말했다. "지도적 인물도 용기를 숭상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정의를 으뜸 삼지. 지도적 인물이 용기만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반란을 꿈꾸고, 덜된 인간이 용기만을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도둑질을 한다." 子路曰 君子尙勇乎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 爲亂 小人有勇而無義 爲盜 - 陽貨 21 자로가 용기[勇]를 물은 건 자로에 어울리는 질문이다. 군자는 정의[義]를 으뜸으로 삼는다고 공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선지 정의를 내세우지 않는 무리가 없다. 부글거리는 욕망을 가리는 명분으로 정의만 한 게 없다. 전두환 독재 정권 때는 모든 관공서에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었다. 한때 높이 들었던 정의의 깃발 또한 젊음의 객기나 멋있어 보이기 위한 만용이 아니었는..

삶의나침반 2019.02.07

논어[314]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너는 여섯 마디 말에 여섯 가지 폐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느냐?"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앉아라. 내가 일러주마. 사람 구실만 내세우지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은 데 있다. 지혜만 내세우지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멋대로 하는 데 있다. 미더운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잔인하게 되는 데 있다. 곧은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꼬이는 데 있다. 용감한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지럽게 되는 데 있다. 꿋꿋한 것만 내세우면서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마구 덤비는 데 있다."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 對曰 未也 居 吾語女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好知不好學 其蔽也蕩 ..

삶의나침반 2018.11.04

논어[313]

필힐이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 하였다. 자로가 말했다. "언젠가 제가 선생님께서 '자신이 저질러서, 좋잖은 짓을 한 자의 틈에 참된 인간은 끼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필힐이 중모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도 선생님은 가시려고 하니 어찌된 일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다. 그렇게 말한 일이 있다. '단단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갈아도 닳지 않으니.... '희다'고 말하지 않는가! 검게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으니.... 나는 어찌 조롱박이던가? 대룽대룽 매달려서 먹지도 못하는 물건인가?" 佛힐召 子欲往 子路曰 昔者 由也 聞諸夫子曰 親於其身爲不善者 君子不入也 佛힐 以中牟畔 子之往也 如之何 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堅乎 磨而不린不曰白乎 涅而不緇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 陽貨 6 앞에 ..

삶의나침반 2018.10.25

논어[311]

공산불요가 비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킨 후 선생님을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했다. 자로가 언짢게 여겨 말하기를 "그만 두셔야지요. 하필 공산 씨에게로 가실 게야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공연한 일일까! 만일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한 번 동쪽 주나라처럼 만들어 볼까!" 公山弗擾 以費畔 召 子欲往 子路 不悅 曰 末之也已 何必公山氏之之也 子曰 夫召我者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 陽貨 4 자로의 반응으로 봐서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요는 평판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공산과 손을 잡고 싶어 했다. 공자는 그만큼 절박했는지 모른다.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주나라가 동쪽에 있던 시절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공자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삶의나침반 2018.10.13

논어[266]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곧은 인격을 알아주는 사람은 드물구나!" 子曰 由 知德者鮮矣 - 衛靈公 4 자로는 공자와 8살 차이다. 둘은 스승 제자 사이지만 어쩌면 친구 같은 감정도 있었는지 모른다. 말년으로 갈수록 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 여기 나오는 짧은 대화에서도 그런 낌새가 느껴진다. 공자가 자로와 마주 앉아 술 한잔하면서 속마음을 토로했을 것 같다. '이인' 편에는 공자의 이런 말이 나온다. "德不孤 必有隣[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드물지만 그래도 덕을 알아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귀하니까 오히려 드문 것이다. 정신의 가치는 외로움으로 인하여 더욱 빛난다.

삶의나침반 2017.12.12

논어[264]

진나라에서 식량이 떨어지자 따르던 사람들이 시들시들 일어나지 못하므로 자로가 뿌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훌륭한 인물들도 궁한 때가 있는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들에게도 본래 궁한 때가 있는데, 하찮은 사람들은 궁하면 함부로 하느니라."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 온見 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 窮斯濫矣 - 衛靈公 2 '군자고궁(君子固窮)'을 전에는 '군자는 궁함을 고수한다'로 해석했다. '자발적 가난'을 스스로 선택하고 지켜나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자는 부유할 때도 있고 빈천할 때도 있다고 봤지, 어느 한 편을 두둔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여기 해석이 바른 것 같다. "군자에게도 궁한 때가 있다." 문제는 궁함을 대하는 태도에서 군자와 소인이 구별 된다. 군자는 궁함..

삶의나침반 2017.11.30

논어[260]

자로가 참된 인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몸단속을 잘 하면서 사람됨이 경건하다." "그러면 그만인가요?" "몸단속을 잘 하면서 뭇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면 그만인가요?" "몸단속을 잘 하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몸단속을 잘 하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일은 요, 순도 애태웠던 일이다." 子路問 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 - 憲問 29 군자됨의 기본은 수신(修己)다. 그를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로 나아간다. 수신제가 연후에 치국평천하로 확장하는 것이다. 제 몸단속도 못 하는 사람이 명예욕만 키울 때 어떤 불행을 자초하는지는 우리가 늘 보게 되는 바다. 세상을 혼란케 하는 ..

삶의나침반 2017.10.29

논어[257]

자로가 석문에서 쉴 때 문지기가 물었다. "어디서 왔나?" 자로가 대답했다. "공 선생에게서다." "저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해 보겠다는 사람말인가?" 子路 宿於石門 晨門曰 奚自 子路曰 自孔氏 曰 是知其不可 而爲之者與 - 憲問 26 짧은 대화지만 공자에 대한 당시 평가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해 보겠다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공자의 끈질긴 현실 참여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공자의 주장은 당대 권력자들에게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렸을 수 있다. 그래도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공자의 고군분투는 다수에게는 비아냥거리였는지 모른다. 그런 걸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데 공자의 위대함이 있다.

삶의나침반 2017.10.09

논어[245]

자로가 주군 섬기는 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숨기지 말고 따지며 덤벼라." 子路問 事君 子曰 勿欺也而犯之 - 憲問 14 주군에게 충성한다는 것은 이런 자세를 말함이다. 임금이라도 잘못이 있을 때는 가차 없이 따져야 한다. '덤빈다[犯]'는 말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바른말을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뜻이 들어 있다. 이게 선비 정신이다. 마찬가지로 지도자도 알랑방귀만 뀌는 작자를 곁에 두어서는 안 된다. 듣기 거북하더라도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감히 자신을 '범(犯)'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이것이 큰 사람이다. 조무래기들만 모여 있던 조정이 어떤 꼴이 났는지는 최근의 사례가 확실히 보여주었다.

삶의나침반 2017.07.11

논어[242]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문공은 속임수를 쓰니 바르지 않고, 제환공은 바르기에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子曰 晉文公 譎而不正 齊桓公 正而不譎 자로가 물었다. "환공이 규를 죽였을 때 소홀은 따라 죽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사람 구실을 못한 것이 아닐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할 대 무력을 쓰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다. 그이처럼 사람 구실 했지! 그이처럼 사람 구실 했지!"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 死之 管仲 不死 曰 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 - 憲問 11 진문공과 제환공은 춘추오패로 불린다. 둘 다 공자보다 백 년 전 사람이다. 공자는 제환공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그런데 제환공을 있게 한 것은 관중이다. 관중과 소홀이 모시던 규가 암살 당했을 때..

삶의나침반 2017.06.21

논어[240]

자로가 완성된 인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장무중의 지혜, 공작의 무욕, 변장자의 용기, 염구의 재주에다가 예의와 음악으로 문체를 내면, 완성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요즈음 완성된 인간은 그런 것까지도 없습니다. 잇속에 당면해서는 정의를 생각하고, 위험에 직면하여 목숨을 바치고, 오래된 약속도 평생토록 잊지 않으면 완성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子路問 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염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 憲問 9 텍스트의 번역대로라면 자로는 선생의 가르침에 맞설 정도로 당돌하다. 자로의 성격에 비춰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번역에서는 뒤의 말도 공자의 ..

삶의나침반 2017.06.06

논어[210]

자로가 말했다. "위나라 주군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나라를 다스리게 하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무엇보다다도 이름을 바로잡아야지!" 자로가 말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실지와는 먼 이야기입니다. 왜 그것을 바로잡는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무식쟁이야! 너는! 참된 인간은 모를 바에야 잠자코 있는 법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법이나 음악이 융성하지 못하고, 예법과 음악이 융성하지 못하면 형벌이 옳게 되지 못하고, 형벌이 옳게 되지 못하면 백성들이 몸둘 곳조차 없게 된다. 그러므로 참된 인간은 이름을 붙이면 꼭 그대로 말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면 꼭 그대로 행할 수 있다. 참된 인..

삶의나침반 2016.08.31

논어[208]

자로가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먼저 실행하고, 먼저 노력하라." 좀 더 청한즉 "싫증을 내지 마라." 子路問政 子曰 先之 勞之 請益曰 無倦 - 子路 1 공자의 맞춤식 가르침의 하나일 것이다. 공자의 대답에서 자로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자로는 리더형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솔선수범하는 면이 부족할 수 있다.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를 물었더라도 공자의 대답은 비슷했을 것 같다.

삶의나침반 2016.08.19

논어[197]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마디로 따져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유일 거야!" 자로는 승낙을 머뭇거리지 않았다. 子曰 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 子路 無宿諾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비를 가리는 것쯤 나도 남과 다를 것이 없으나 송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子曰 聽訟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 顔淵 9 이 두 구절은 하나로 연결해 읽고 싶다. 행정가로서의 자로의 결단력에 대한 칭찬이 앞부분이라면, 뒤는 더 근원적인 내용을 말하고 있다. 아예 송사 자체가 없도록 정치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역시 공자님다운 말씀이다. 그런 태평천하가 과연 구현될 수 있을까? 점점 늘어나는 변호사 숫자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5.27

논어[184]

자고는 어릿어릿하고, 증삼은 고지식하고, 자장은 편벽하고, 자로는 거칠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회는 그럴 듯하지. 항상 가난하지만..... 자공은 천명을 받지 않고도 재물을 모았고 억지라도 잘 맞았다." 柴也愚 參也魯 師也벽 由也언子曰 回也 其庶乎 屢空 賜 不受命 而貨殖焉 億則屢中 - 先進 13 우리와 달리 중국은 전통적으로 인물 품평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는 제자의 단점을 지적한다. 공개적으로 이런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다만 안회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안회의 가난을 보는 스승의 안타까운 심정이 비친다. 자공의 부에 대해서도 어감에서는 그다지 탐탁치 않아 하는 느낌을 받는다. 돈을 보는 공자의 태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뭐든지 지나친 것은 ..

삶의나침반 2016.02.24

논어[181]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의 거문고를 왜 내 집 문안에서 켜게 하는고." 제자들이 자로를 업신여겼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제법 당상에 오르기는 하였지만 아직 방안에만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子曰 由之琴 奚爲於丘之門 門人不敬子路 子曰 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 - 先進 10 당시에 악(樂)은 기본 교육과정 중 하나였으므로 누구나 악기 연주를 배웠을 것이다. 각자가 이른 수준에 따라 연주하는 장소도 달랐던 것 같다. 자로는 아직 방에 들 정도는 안 되었다. 스승에게 퇴짜 맞은 자로를 제자들이 업신여기자 스승은 자로를 변호한다. 당상에 오른 실력만도 제법이다. 무인 기질인 자로의 거문고 연주를 다른 제자들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공자의 개인별 맞춤식 교육과 함께 제자들 사이의 갈등도 살짝 엿보이는 ..

삶의나침반 2016.02.05

논어[179]

민 선생은 곁에서 조리있는 태도요, 자로는 꿋꿋하였고, 염유와 자공은 부들부들하였다. 선생님도 즐거운 양 "유 같을진대 어떻게 죽게 될지 모를 거야!" 閔子侍側 誾誾如也 子路 行行如也 염有 子貢 侃侃如也 子樂 若由也 不得其死然 - 先進 8 스승을 모시는 제자의 태도에서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다르지만 지극한 마음을 보고 공자도 즐거웠을 것이다. 천하의 인재를 모아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공자는 자로를 걱정한다. 너무 고지식하고 강직한 성격이 제 명을 재촉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공자의 우려대로 되었다. 자로는 내란에 휩쓸렸을 때 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의리를 지키느라 죽음을 맞았다.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의 과거와 미래를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삶의나침반 2016.01.25

논어[173]

인격이 뛰어나기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요. 말재주에는 재아, 자공이요. 정치가로는 염유, 계로요. 문학에는 자유, 자하다. 德行 顔淵 閔子騫 염伯牛 仲弓 言語 宰我 子貢 政事 염有 季路 文學 子游 子夏 - 先進 2 공자의 간단한 인물평이다. 우리와 달리 중국은 사람을 품평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뒷담화가 아니라 공개적인 평가는 개인의 발전을 자극하는 측면에서 괜찮아 보인다. 여기 등장하는 열 명은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대부분 포함된다. 아마 공자가 이 말을 할 당시에는 제일 뛰어난 제자들이었을 것이다. 그중에서 셋을 고르라면 안연, 자공, 자로가 아닐까. 다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안연이리라. 이 뒤에도 공자의 안회에 대한 칭찬은 계속 나온다.

삶의나침반 2015.12.14

논어[156]

선생님이 병석에 누웠을 때 자로가 제자들로 신하처럼 꾸미려고 하였다. 병이 웬만하자 이 사실을 알고 말씀하시기를 "진작부터였던가. 유가 속임수를 쓴 것은! 신하도 없으면서 신하를 만들다니, 내가 누구를 속일까! 하늘을 속인단 말이냐? 나야 거짓 신하들의 손에서 죽는 것보다는 몇 사람 제자들의 손에서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기야 훌륭한 장례는 못 지낼망정 길가에서 죽기야 할라구!" 子疾病 子路使門人爲臣 病間曰 久矣哉 由之行詐也 無臣而爲有臣 吾誰欺 欺天乎 且予 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 不得大葬 予死於道路乎 - 子罕 10 "그래, 자로의 생각이 기특하구나. 천하에 내 죽음을 알리고 이왕이면 거창하게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설마 공자가 이렇게 말할 리는 없을 것이다. 거짓으로 신하를 꾸며..

삶의나침반 2015.09.02

논어[128]

선생님의 병이 깊어지자 자로가 빌게 해달라고 청을 드렸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런 것이 있을까?" 대답하기를 "있습니다. 비는 글에 '너를 천지 신명께 비노라' 하였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도 그런 기도를 드린지는 오래다." 子 疾病 子路 請禱 子曰 有諸 子路對曰 有之뇌 曰禱爾于上下神祈 子曰 丘之禱久矣 - 述而 30 스승의 병이 깊어지자 자로는 안절부절못했다. 자로의 성격으로 보건대 스승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로가 한 청은 무속적인 신앙에 근거한 기도 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공자는 인간의 일상사에 간섭하는 신적 존재를 믿지 않았다. 합리적인 공자가 그런 타력에 기댈 사람이 아니다. 공자는 추상적 관념의 세계보다 땅에 기반을 둔 현실주의자였다. 그래서..

삶의나침반 2015.02.06

논어[113]

섭공이 자로더러 선생님의 일을 물은 즉, 자로는 대꾸하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왜 '그 사람된 품이 한 번 열이 나면 끼니도 잊고, 즐거움에 취하여 걱정도 잊고, 늙는 줄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葉公問 孔子於子路 子路不對 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 述而 15 자로만큼 공자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섭공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자신 없어서 대답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려주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공자의 반응이 재미있다. 자신이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공자의 자기평가인 셈이다. 이 말을 들으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공자의 모습이 보인다. '발분(發憤)'이라는 표현이 특히 그렇다. 끼니..

삶의나침반 2014.11.15

논어[108]

선생님이 안연에게 말씀하셨다. "써 주면 일할 것이요, 버리면 잠자코 있을 것이니, 그야 나나 너는 그럴 수 있겠지!"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거느리신다면 누구를 데리고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맨주먹으로 범을 두들기고, 배 없이 강물을 건너려 들며, 죽어도 좋다고 날뛰는 사람과는 나는 함께 일할 수가 없다. 하기야 일을 당하면 실패할까 저어하며, 일이 성사되도록 잘 꾸며내는 사람이어야지." 子謂顔淵曰 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 有是夫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子曰 暴虎憑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謨而成者也 - 述而 10 재미있는 장면이다. 특히 자로의 성격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스승이 안연을 칭찬하는 말에 자로는 군대를 쓰는 일이라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느냐고 묻는다...

삶의나침반 2014.10.19

논어[79]

계강자가 묻기를 "중유에게는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배짱이 있으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사는 사리에 통달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구는 재주가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季康子問 仲由可使從政也與 子曰 由也果 於從政乎何有 曰 賜也可使從政也與 曰 賜也達 於從政乎何有 曰 求也可使從政也與 曰 求也藝 於從政乎何有 - 雍也 5 여기에 등장하는 중유[자로], 사[자공], 구[염유]는 공자 문하생 중에서도 수제자에 속한다. 권력자인 계강자의 질문에 공자는 모두가 자질이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공자의 말에는 각 제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로는..

삶의나침반 2014.04.21

논어[73]

안연과 계로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을 때,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희들 소원을 한 번 말해 보련?" 자로가 말했다. "수레나 망아지나 예복이나 가벼운 가죽옷들을 친구들과 한께 쓰다가 부수어지더라도 나는 서운할 것 없습니다." 안연이 말했다. "잘한 것을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남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들과는 신의로 맺고, 어린이들이 따르도록 하련다." 顔淵季路侍 子曰 합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구 與朋友共 폐之而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 公冶長 15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가 정겹다. 따스한 봄날에 소풍이라도 나가서 담소하는 분위기..

삶의나침반 2014.03.09

논어[68]

자로는 전에 들었던 일을 실행하지 못했을 때는, 더 듣게 될까봐 두려워하였다. 子路 有聞未之能行 唯恐有聞 - 公冶長 10 행동파인 자로답다. 들었지만 실행하지 않아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람에 비하면 자로는 몇 단계 위의 사람이다. 이 글을 보면 자로는 들은 건 꼭 실천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자로는 행(行)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심사숙고하느라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고, 자로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 옳은 일에 앞장서는 건 용기 있는 행위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맹목적이 되기 쉽다. 성찰이 따르지 않는 행동은 돈키호테식 '돌격 앞으로'가 될 위험이 있다. 군자는 지(知)와 행(行)이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다.

삶의나침반 2014.02.05

논어[62]

선생님 말씀하시다. "갈 길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 나를 따라올 자는 아마 유일 거야!" 자로가 이 말을 듣고 벙실벙실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나보다 용기가 있지. 머뭇머뭇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다." 子曰 道不行 乘부浮于海 從我者其由與 子路聞之喜 子曰 由也 好勇過我 無所取材 - 公冶長 4 이 대목에서는 세상에 대한 공자의 실망이 절실히 느껴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배를 타고 멀리 벗어나고 싶어했을까? '도불행(道不行)'의 세상에 대한 한탄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공자는 도피나 은둔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뛰어들어 그가 꿈꾼 이상을 펼쳐보려 애썼다. 도가 학파와 대비되는 점이다. 공자도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3.12.27

논어[22]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련?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爲政 12 학생들이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시험일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시험이란 아주 단순하다. 자기가 아는 것은 답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시험 결과에 따라 우열을 가르고, 상벌을 주고, 심지어는 앞날까지 결정되어 버리니까 심각해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한 개라도 더 맞히기 위하여 커닝도 불사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을 해야 한다. 한국의 현실 교육에서 평가란 학생을 성적순에 따라 줄세우기 하는 것이다. 원래 평가란 교육자의 교수 행위가 얼마나 피교육자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평..

삶의나침반 201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