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 24

논어[170]

선생님 말씀하시다. "함께 배울망정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없고, 같은 길을 걸을망정 같은 목표를 세웠다고 할 수 없고, 같은 목표를 세웠을망정 똑같이 틀에 맞도록 될 수는 없다."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 子罕 24 인간은 독립된 인격체다.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물건이 아니다. 같은 교육을 받지만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보면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에 놀랄 때가 많다. 이런 바탕을 인정하는 데서 교육이 시작된다. 공자의 교육법이 그랬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할 수 없다"라는 표현이 잘 말해준다. 이런 개인의 독자성을 인정한 뒤에 관계의 중요성도 말할 수 있다. 공자 사상이 지나치게 충, 효에 쏠려 개인의 소중함을 가볍게 여긴 것은 아쉽다.

삶의나침반 2015.11.30

논어[169]

선생님 말씀하시다. "슬기로운 이는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사람 구실 하는 이는 근심하지 않는다. 용기가 있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子曰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 子罕 23 공자는 지, 인, 용을 겸비해야 온전한 사람으로 설 수 있음을 말한다. 이 셋을 나름대로 해석해 보면서 나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람이 되는 길은 무척 어렵기만 하다. 지(知) -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 인(仁) -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 용(勇) - 불의에 눈 감지 않고 저항하는 행동

삶의나침반 2015.11.25

논어[168]

선생님 말씀하시다. "날씨가 추워져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드는 것을 알게 되는 거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 子罕 22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에 인용되어서 더 유명해진 구절이다. 여기서 '백(柏)'은 원래 측백나무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잣나무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둘이 혼동되어 쓰이는데 중국 문헌에 나오는 '柏'은 측백나무로 이해하는 게 옳다고 본다. 실제로 세한도에 그려진 나무 모양새가 잣나무보다는 측백나무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어찌 됐든 고난을 겪을 때 견뎌내는 마음가짐으로 그 사람 됨됨이가 드러난다. 늘 푸른 송백의 기상을 강조하는 공자의 말씀이다.

삶의나침반 2015.11.21

논어[167]

선생님 말씀하시다. "삼군의 장군쯤 뺏어 올 수 있지만, 한 사내의 결심은 뺏지를 못하는 법이야." 子曰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 子罕 21 인간의 신념에는 항상 빛과 그늘이 있다. 대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인간이 가진 신념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여기서 공자가 말하는 '결심[志]'도 그런 긍정적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신념의 충돌 때문에 생긴 피비린내로 인간 역사는 얼룩져왔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명분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한 결심이며 신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문구를 읽으니 지금의 정치 현실이 오버랩 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소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애국심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옳..

삶의나침반 2015.11.14

논어[166]

선생님 말씀하시다. "따지고 들어가는 말이야 안 따를 수 있을까! 고쳐야만 귀엽지. 부드러운 말씨를 안 좋아할 수 있을까! 보람이 있는 게 귀엽지. 좋아하면서도 보람이 없고 따르면서도 고치지 않으면 난들 어떠할 도리가 없구나." 子曰 法語之言 能無從乎 改之爲貴 巽與之言 能無說乎 繹之爲貴 說而不繹 從而不改 吾未如之何也已矣 - 子罕 20 현장에 있었을 때 어찌할 방도가 없을 때는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얘들은 공자가 와도 두 손 들고 말 거다." 공자도 사람인데 어찌 한숨 쉴 일이 없었겠는가. 좋은 말인지는 알지만 고치고 따르지 않으니 문제지, 만약 전부 안회만 같다면 세상은 일찍 이상향으로 변했을 것이다. 사람이 이렇고 세상이 이러니 공자 같은 성인도 등장하는 법, 공자는 이런 현실적 기반 위에 자신의 ..

삶의나침반 2015.11.09

논어[165]

선생님 말씀하시다. "젊은 사람이 무서워! 어찌 앞일이 현재만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마흔이나 쉰이 되어도 별것 없는 사람은 그것은 벌써 두려울 것도 없달 밖에...." 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 - 子罕 19 '후생가외(後生可畏)'가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의 말에서 사람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읽는다. 교육자의 기본 조건이다. 내 선생 생활을 돌아보면 그런 점이 부족했다. 인간의 성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제자의 가능성에 비중을 뒀다면 현실에 대한 불만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동시에 공부하는 사람의 나태나 게으름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 마흔이 되어도 '명예로운 소문이 들리지 않으면[無聞]' 후생이라도 두려워할 게 없다. 명예로운 소문이 높은 직위나 돈이 아님..

삶의나침반 2015.11.04

논어[164]

선생님 말씀하시다. "움은 자라지만 꽃 피지 않는 수도 있고, 꽃은 피어도 열매를 못 맺는 수가 있지!" 子曰 苗而不秀者 有矣夫 秀而不實者 有矣夫 - 子罕 18 성경에 나오는 씨뿌리는 사람 비유가 생각난다. 예수가 호숫가에서 하신 말씀이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습니다.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는데 흙이 깊지 않아 싹이 곧 돋아나기는 했지만 해가 솟자 타 버렸습니다. 뿌리가 없어 말랐습니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우거지자 숨이 막혔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습니다." 열매 맺음을 강조하는 것은 같지만 공자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방점을 둔다. 예수의 뉘앙스는 약간 다르다. 어디에 떨어졌느..

삶의나침반 2015.10.30

논어[163]

선생님 말씀하시다. "일러주는 대로 줄기차게 나가는 사람은 아마 회일거야!" 子曰 語之而不惰者 其回也與 선생님은 안연을 평하여 말씀하시다. "정말이지 아깝구나! 나는 그가 진보하는 것만을 보았지 그가 그만두는 것은 못 보았거든." 子謂顔淵曰 惜乎 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 - 子罕 17 공자의 칭찬대로라면 안회는 성인의 자질이 충분한 제자다. 만약 안회가 요절하지 않고 수제자로 남아서 유가(儒家)를 이끌었다면 유교는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조금은 더 탈정치, 탈세속화 된 순수한 인간 완성의 길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도가(道家)와도 가까워졌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안회의 이른 죽음은 아깝다.

삶의나침반 2015.10.23

논어[162]

선생님 말씀하시다. "비겨 말하면 산을 쌓다가 끝장 가서 한 삼태기 흙으로 성공을 못할망정 내가 그만 두는 것이요, 평지에 한 삼태기 흙을 쏟기 시작하는 것도 내가 시작하는 것이다." 子曰 譬如 爲山未成一궤 止吾止也 譬如 平地雖覆一궤 進吾往也 - 子罕 16 누구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운명이나 절대자의 뜻과는 관계없다. 모두가 내 의지요 내 결단이다. 유학의 기본 정신이 이렇다. 여기서 흙을 쌓아 산을 만든다는 비유는 참 인간이 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한 삼태기 흙을 나른다는 구절을 읽으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내 작업이 연상되었다. 10년 넘게 나도 흙을 쌓아가는 중이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꾸준함에서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삶의나침반 2015.10.18

논어[161]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아직 계집 좋아하듯 곧은 마음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子曰 吾未見 好德如好色者也 - 子罕 15 엄숙하게 말할 수도 있는 걸 이렇게 가볍게 얘기한다는 데 공자의 매력이 있다. 겉으로는 한탄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에 대한 긍정이 읽힌다. 호색(好色)과 호덕(好德)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이성을 좋아하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한쪽으로 치우쳐서 살아가는 게 보통 사람들이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게 군자가 가는 길이 아닐까. 여기서 덕(德) 대신에 학(學)이나 예(禮)를 넣어도 마찬가지다.

삶의나침반 2015.10.09

논어[160]

선생님이 물가에 서서 말씀하시다. "가버리는 것은 저와 같겠지! 밤낮을 쉬지 않고."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 子罕 14 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세월도, 사람도, 사랑도, 신념도 저 강물처럼 쉼없이 흘러간다. '나'라는 존재도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인생은 덧없다. 만물 무상(無常)이다. 공자의 심경이 조금은 이해되는 이 계절이다.

삶의나침반 2015.10.02

논어[159]

선생님 말씀하시다. "높은 벼슬아치들을 섬기고, 안에서는 부형들을 섬기며, 상사 때는 정성을 다하며, 술에 지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어떻게 내가 할 수 있을까." 子曰 出則事公卿 入則事父兄 喪事不敢不勉 不爲酒困 何有於我哉 - 子罕 13 공자가 말하는 네 가지는 그 시대 사대부들이 늘 하는 일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안팎으로 해야 하는 기본적인 자기 역할로 요즈음도 비슷하다. 공자의 인격이나 능력으로 이 정도는 능히 잘할 수 있었으련만, 공자는 어떻게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게 생략된 채 어록 하나만으로 이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제자의 지나친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한 스승의 우회적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어떤 교육적 목적이 ..

삶의나침반 2015.09.25

논어[158]

선생님이 되놈 땅에서 살고 싶어한즉 어느 사람이 말했다. "더러운 걸 어떻게 하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이 산다면이야 더러울 게 어디 있담!" 子欲居九夷 或曰 陋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 子罕 12 를 읽는다는 건 한 위대한 인격을 만나는 일이다. 이 대화만 보아도 공자의 사람됨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생각하는 스케일이 다르다. 예수도 당시 죄인이라 지칭된 사람들, 인간 취급도 못 받은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렸다. 기성 체제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소인과 군자의 구별이 이런 데서 생긴다. 소인은 경계 짓고 가르는 데 익숙하다. 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荊人有遺弓者而不肯索曰 荊人遺之荊人得之又何索焉 孔子聞之曰 去其荊而可矣 老聃聞之曰 去其人而可矣 형나라 사람..

삶의나침반 2015.09.19

논어[157]

자공이 말했다. "아름다운 구슬이 여기 있다면 궤 속에 감추어 둘까요? 좋은 장사치를 찾아서 팔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팔고말고! 팔고말고! 나는 장사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 子貢曰 有美玉於斯 온독而藏諸 求善賈而古諸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 - 子罕 11 자공의 비유도 멋있지만 공자의 대답도 솔직하다. 자공은 장사치를 '찾는' 적극적인 자세인데 비해 공자는 '기다린다'는 점이 다르다. 고향에 돌아와 은거하는 공자가 자공 눈에는 탐탁치 않았는지 모른다. 주유천하 하던 시절에 비하면 공자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공자 말년의 변화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자는 초지일관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교육 시킨 제자를 세상에 내보냄으로써 본인의 역할을 대신 하게 했다. 다만 스..

삶의나침반 2015.09.09

논어[156]

선생님이 병석에 누웠을 때 자로가 제자들로 신하처럼 꾸미려고 하였다. 병이 웬만하자 이 사실을 알고 말씀하시기를 "진작부터였던가. 유가 속임수를 쓴 것은! 신하도 없으면서 신하를 만들다니, 내가 누구를 속일까! 하늘을 속인단 말이냐? 나야 거짓 신하들의 손에서 죽는 것보다는 몇 사람 제자들의 손에서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기야 훌륭한 장례는 못 지낼망정 길가에서 죽기야 할라구!" 子疾病 子路使門人爲臣 病間曰 久矣哉 由之行詐也 無臣而爲有臣 吾誰欺 欺天乎 且予 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 不得大葬 予死於道路乎 - 子罕 10 "그래, 자로의 생각이 기특하구나. 천하에 내 죽음을 알리고 이왕이면 거창하게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설마 공자가 이렇게 말할 리는 없을 것이다. 거짓으로 신하를 꾸며..

삶의나침반 2015.09.02

논어[155]

안연이 감탄하여 말했다. "우러러 뵐젠 더욱 더 높고, 뚫어보자면 더욱 더 굳고, 바라보면 앞에 있다가 어느덧 뒤에 계신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사람을 잘도 깨우쳐 주신다. 글공부로 내 눈을 넓혀 주시고, 예법으로 자신을 단속하게 하시니, 그만두자 해도 그만둘 수 없으나, 내 재주는 바닥을 본 듯하다. 서 계신 듯하나 우뚝하여 따르고 싶으나 어쩔 수가 없구나." 顔淵 위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 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 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 - 子罕 9 스승에 대한 경탄으로 가득하다. 공자의 모범생 안회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의례적인 언사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저만치 우뚝 서 있는 스승에 대한 존경이 읽힌다. 박문약례(博..

삶의나침반 2015.08.25

논어[154]

선생님 말씀하시다. "봉황새도 안 나오고, 강에서는 용마의 그림자도 안 비치니 나도 인제 그만인가 보다." 子曰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 - 子罕 8 공자 말년의 말씀이다. 정치를 통한 올바른 세상의 도래를 꿈꾸었던 공자는 결국 현실에 무릎을 꿇고 만다. 고난의 주유천하를 마치고 고국에 돌아왔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상을 받아들여 주는 군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다려도 성군의 시대는 기약이 없다. 공자의 말에는 석양의 쓸쓸함이 배어 있다. 이는 꿈을 가진 모든 인간의 비애이기도 하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냉혹하다. 그러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꿈을 꾼 자체가 소중하다. 그리고 공자는 그 길을 전력을 다해 걸었다. 여기에 인간의 위대성이 있다.

삶의나침반 2015.08.15

논어[153]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게 지식이 있단 말인가? 지식은 없다. 그러나 하찮은 사람이 내게 시시한 것을 묻더라도 나는 전후를 살펴 극진히 일러주지."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 子罕 7 공자를 자신을 무지(無知)하다고 말한다. 단순한 겸양으로만 볼 수 없다. 지식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이런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뉴턴이 자신을 바닷가에서 뛰노는 어린아이에 비유한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뒷부분이다. 하찮은 사람이 시시한 것을 물어도 전후를 살펴 극진히 일러준다는 데 공자의 위대함이 있다. 다른 천재들과 비교되는 것으로 공자의 겸허한 인품이 드러난다. 자신이 진정으로 무지하다는 걸 자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다. 알수록 무지가 드러나고 겸손해진다...

삶의나침반 2015.07.30

논어[152]

태재 벼슬아치가 자공더러 물었다. "선생은 성인인가! 어쩌면 그렇게도 잔재주가 많으신지." 자공이 말했다. "본시 하늘이 내신 성인인데다 또 재주까지 많으시지." 선생님이 이 말을 듣고 대답하시다. "태재가 나를 알까? 나는 어려서 미천했기 때문에 이 일 저 일 많이 했지. 참된 인간도 잔재주가 많을까? 많지 않을거다." 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 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子聞之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 多乎哉 不多也 - 子罕 6 다재다능한 자질을 보는 세 사람의 견해가 다르다. 태재는 재주가 많아서 성인이라고 하고, 자공은 성인과 재주는 별개로 보며, 공자는 오히려 군자라면 재주가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재주가 많게 된 것은 어려서 미천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하게 ..

삶의나침반 2015.07.25

논어[151]

선생님이 광 지방에서 불의의 재난을 당하여 말하기를 "문왕은 돌아가셨지만 문화는 여기 있지 않느냐?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자 들면 뒷사람인들 어찌할 수 없지만 하늘이 아직 이 문화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면 광 사람인들 나를 어떻게 할까보냐?" 子畏於匡曰 文王旣沒 文不在玆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天之未喪斯文也 匡人其如予何 - 子罕 5 공자가 광 땅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는 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처했을 때 보여준 공자의 태도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런 자부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공자는 나이 50이 되면서 지천명(知天命)할 수 있다 했는데, 천명에 대한 신뢰가 앎만이 아니라 몸으로 체화되어 있음이 보인다. 동시에 주..

삶의나침반 2015.07.19

논어[150]

선생님이 단연코 하지 않았던 일은 네 가지다. 멋대로 생각하지 않고, 꼭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고집부리지도 않고, 내 입장만 내세우지도 않았다. 子絶四 母意 母必 母固 母我 - 子罕 4 이 정도 품성이라면 인류의 스승으로 칭함에 부족함이 없다. 앞에 나오는 셋은 마지막의 무아(無我) 하나에 귀결된다. 소아(小我)에서 벗어나라는 것은 모든 종교나 지혜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고매한 인류 정신은 이 하나로 통한다. 그러나 범부들에게 무아의 경지란 얼마나 멀리 있는가. 멋대로 생각하고,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여기고, 고집부리고, 내 입장만 내세우는 게 우리의 삶이다. 특히 배운 게 많다는 자부심이 클수록 더하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대비된다.

삶의나침반 2015.07.12

논어[149]

선생님 말씀하시다. "삼으로 짠 제관이 구식인데, 요즈음은 순 실이라 검소하니 나도 남 하는 대로 따르겠다. 뜰 아래서 예를 드리는 것이 구식인데, 요즈음은 위에서 드리니 지나친 짓이라 남들과는 틀리더라도 나는 아래서 드리겠다." 子曰 麻冕禮也 今也純儉 吾從衆 拜下禮也 今拜乎上 泰也 雖違衆 吾從下 - 子罕 3 옛 관습을 수용하는 태도에 대한 공자의 입장이 나와 있다. 형식적인 모습이나 절차는 시류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제관을 무엇으로 짜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검소함을 따르는 게 옳다. 그러나 절을 위에서 하는 것은 예(禮)의 정신에 위배된다. 뜰 아래서 하는 게 옳다. 어느 것을 따르고 따르지 않을지는 본질의 의미가 훼손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판단할 ..

삶의나침반 2015.07.04

논어[148]

달항 고을 어느 사람이 말하기를 "위대하시지. 공 선생은! 하도 아는 것이 많으시니, 특별한 이름을 붙일 수가 없어." 선생님이 이 말을 듣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해 볼까? 말달기기냐? 활쏘기냐? 말달리기나 해 보지." 達巷黨人曰 大哉 孔子 博學而無所成名 子聞之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 子罕 2 달항 고을 사람의 말에는 공자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 박학다식하지만 무엇 하나 특별한 게 없다는 뜻이다. 제자들이 이 말을 공자에게 전했는가 보다. 말달리기나 해 볼까, 라는 대답에는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앞서지 못할 게 없다는 공자의 자부심이 읽힌다. 한 분야에 특출한 것이 인간의 완성은 아니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두루 아는 것보다 말달리기를 잘하는 게 삶에는 훨씬 유..

삶의나침반 2015.06.28

논어[147]

선생님은 좀처럼, 잇속이니, 천명이니, 사람 구실이 어떠하니 말하지 않았다. 子罕言 利與命與仁 - 子罕 1 잇속[利]이나 천명[命]은 그렇다 쳐도, 사람 구실[仁]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건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 구실에 대한 언급이 에 여러 차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 사변적인 논쟁을 뜻하는 것으로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자는 인(仁)을 구체적인 상황에 대응해서 말했지, 정의를 내리거나 철학적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 공자에게는 오직 실천적인 측면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조선 시대의 이기론(理氣論) 같은 관념적인 논쟁은 공자의 본뜻과는 어긋난 것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가 공자에게는 절실했다.

삶의나침반 201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