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 11

전주 4박5일

장인 기일을 맞아 전주에 다녀왔다. 겸하여 군산과 영광에도 들렀다. 추모하러 내려갔지만 가을 여행이 된 셈이었다. 둘째 날은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 처제와 함께 군산을 둘러보았다. 군산에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건물이 다수 남아 있다. 1899년에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때 호남권의 양곡을 일본으로 실어나른 주요 항구였다. 관련한 시설이 많았고 일부는 잘 보존되어 있다. 우리 역시 옛 건물과 유적지를 중심으로 찾아다녔다. 순서는 이랬다. 근대역사박물관 - 군산세관 - 인문학창고 '정담' - 초원사진관 - 신흥동 일본식 가옥 - 여미랑 - 점심(영화원에서 물짜장과 짬뽕밥) - 카페 '8월의 크리스마스' - 진포해양공원 - 해망굴 - 월명공원.   셋째 날은 불갑사로 꽃무릇을 보러 갔다. 올해는 늦..

사진속일상 2024.10.06

장모님을 뵙고 오다

장모님을 뵈러 전주에 내려가서 3박4일간 있었다. 아내는 자주 내려가지만 함께 가기는 오랜만이었다. 어쩌다 보니 각자 자신의 어머니를 주로 챙기게 되었다. 아무래도 마음씀이 내 혈족만 하겠는가. 아내가 내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임을 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자연스레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렇지 못해서 자주 부딪치며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이젠 어느 정도는 의무감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첫째 날은, 내려가면서 대전에 있는 계족산 황톳길에 들렀다. 요사이 맨발 걷기가 유행인데 그 원조가 장동산림욕장 안에 있는 이 황톳길이다. 계족산 황톳길은 2006년에 임도 14.5km에 황토 2만여 톤을 투입하여 조성한 맨발 걷기의 명소다. 임도..

사진속일상 2024.04.16

전주천의 저녁

가을 저녁의 산책은 스산하다.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 모두가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런 멜랑콜리를 즐기려는 편이지만 가슴 한편이 착잡해지는 걸 어찌할 수는 없다. 시간은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허물고 앗아간다. 누구나 활짝 피어나는 봄이 있었고, 눈부시게 찬란한 여름이 있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오고 찬바람이 불고 맨발로 동토를 걸어가야 한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외면할 수 없는 잔인한 현실이다. 힘차고 에너지 넘치는 분이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기세가 왕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요양원에서 눈동자가 풀린 채 흐릿한 미소만 짓고 있다.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장수가 과연 축복인지를 묻게 된다. 어찌 세월만 야속하다 할 수 있으리. 인간이 자연의 길에서 멀어질수록 그만..

사진속일상 2023.10.17

장마 시작된 전주천

장모님 생신을 맞아 처가쪽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마가 시작된 날과 겹쳐서 사흘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다. 비가 소강상태일 때 전주천변 길을 걸었다. 둔치에는 6월의 코스모스 꽃밭이 있었다. 이미 한창이 지난 듯 꽃씨를 받는 사람도 보였다. 전에는 코스모스가 가을의 전령사라 했는데 이젠 옛말이 되었다. 전주천의 여름은 기생초와 개망초꽃으로 환했다. 군데군데 루드베키아가 화려한 치장술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말로는 원추천인국이다. 이 꽃을 보면 여름이 깊어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꽃이 피면 시들듯 인간이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라면 인간은 다가올 죽음을 예견하며 온갖 근심 걱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발버둥친들 피고짐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하물며 어떤 꽃은 개구쟁이의 손에 꺾여서 버려지기도 한..

사진속일상 2023.06.27

전주에 다녀오다(11/2~5)

아내와 전주에 내려가서 나흘간 머무르다 왔다. 장모님과 바깥나들이를 나가서 가을 구경시켜드리는 게 목적이었다. 오가는 길에 우리 역시 가을 풍광을 즐기는 건 덤이었다. 가는 길에 공주에 들러서 황새바위 성지와 공산성을 찾았다. 공주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공주를 마지막으로 찾은 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으니 적어도 30년은 되었을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다시 찾아보기가 이렇게 어렵다. 공산성 앞에 선 황금빛의 무령왕 동상이 눈길을 끈다. 공산성(公山城)은 이곳이 백제의 수도였던 시기에(475~538년) 도읍지인 웅진(熊津)을 지키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성 둘레는 약 2.5km로 원래는 토성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공산성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사비성에서 도망친 ..

사진속일상 2022.11.06

전주 가는 길

이번에 전주 가는 길은 서산과 안면도를 지나는 우회로를 택했다. 두 달 전에 개통한 보령해저터널이 궁금해서였다. 원산도와 대천항을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은 길이가 6.9km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10년의 공사 기간에 5천 억이 투입되었다. 안면도 영목항과 대천항 사이에는 원산도라는 섬이 있는데, 영목항과 원산도는 교량으로, 원산도와 대천항은 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서산을 지나면서 시내에 있는 서산호수공원에 들렀다. 노랑부리저어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이 호수에 찾아왔다는 보도를 봤기 때문이다. 호수공원은 과거에는 농업 용수로 이용되던 저수지였는데 지금은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호수공원에는 철새 탐조대가 있다. 천연기념물 206-2호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날아왔다는 안내..

사진속일상 2022.02.12

봄날 같은 겨울 속 전주천을 걷다

전주에 내려간 길에 잠시 짬을 내 전주천을 걸었다. 백제교에서부터 상류 방향으로 한벽당까지 걸었는데, 지나간 다리를 체크해 보니 11개였다. 거리로는 6km 정도 될 것 같다. 남쪽으로 내려왔으니 안 그래도 더욱 봄 같은 날씨였다. 낮 기온이 10도 가까이 올랐다. 역시 전주천에서도 겨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주에서도 올해는 눈 구경을 못했다고 한다. 산책로를 따라 개불알풀 꽃이 활짝 폈다. 아무리 남쪽 지방이라지만 굉장히 빠른 편이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 옆으로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갔다. 전주 분들에게는 일상이 된 풍경인가 보다. 한 시간 정도 걸어서 남부시장 옆을 지났다. 남부시장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조선시대 3대 시장 중 하나라고 한다. 볼 때마다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사진속일상 2020.02.01

전주천 산책

폭염 속에서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갔다. 이 정도로는 발갛게 달아오른 대지를 식히기에는 부족한 듯 후끈한 열기는 멈추지 않는다. 땅 밑에 용광로라도 들어있는 것 같다. 아내와 한 시간 정도 전주천을 산책했다. 올 여름 더위는 대단하다. 1994년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기세다. 그해에는 에어컨이 없어 매일 남한산성으로 피신을 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문을 꼭꼭 닫아걸고는 고작 한 달 전기료 걱정을 한다. 뜨거워지는 지구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니콘 D750에 20mm를 물려 테스트 샷을 해 봤다. 초광각이지만 배경 흐림 효과도 만들 수 있다. 이제는 (풀프+단렌즈)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출발은 기분 전환용에서 시작한다.

사진속일상 2018.07.30

전주천 걷기

둘째의 눈물바람을 뒤로 하고 전주천에 나갔다. 한 시간 정도 걸으니 무거웠던 발걸음이 풀리는 듯했다. 돌아올 때는 가속을 붙여 땀으로 몸을 적셨다. 찬물로 샤워를 했고, 그때쯤에는 둘째의 서러움도 풀어져 있었다. 어찌 되었든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누가 도와줄 수 없다. 제가 풀고 제가 견뎌내야 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그런 과정을 통해 한 인간으로 성숙해 가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좀 더 튼실해졌으면 좋겠다. 전주천을 걸은 지 꽤 오래되었다. 퇴직하고 오히려 걸을 여유가 없었다. 점심 약속이 아니었다면 이 길의 끝까지 걷고 싶은 날이었다. 종아리를 문지르며 발바닥을 두드리며 종일 걷고 싶다. 그렇게 하면 삿된 마음의 때가 후루룩 벗겨질 것만 같다.

사진속일상 2017.06.11

덕진에서 한벽당을 왕복하다

그저께는 전주천을 따라 덕진에서 한벽당 사이를 왕복했다.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되었으나 하늘만 잔뜩 흐렸을 뿐 걷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전주천은 여러 번 걸었으나 이번에는 상류 쪽으로 해서 한벽당까지 갔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치명자산 앞을 지나 더 멀리까지 걸어갔을 것이다. 도심을 벗어난 그쪽은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된 둘레길인데 조용하면서 풍광이 좋아 보였다. 한벽당(寒碧堂)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이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누각 아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하여 ‘한벽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호남의 명승 한벽당에는 시인 묵객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으며, 길 가던 나그네들도 ..

사진속일상 2010.06.29

전주천을 산책하다

전주에 간 길에 전주천을 산책했다. 덕진동 백제교에서 시작하여 하류 방향으로 걸었다. 사평교, 가련교, 추천교를 차례로 지나친 뒤 그 아래에 있는보를 가로질러 천의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날씨가 많이 누그러져서 걷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많지는 않지만 운동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만의 걸음이라 기분이 새로웠다.방학에는 한껏 게으름을 부려보리라 다짐하고 일부러 몸을 움직이지 않던 터였다. 그렇게 반대로 살아보는 재미도 있다. 가장 애로사항은 몸이 둔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현상이다. 아마 체중도 살금살금 오르고 있을 것이다. 전주천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지면서 시원시원했다. 그리고 천변에는 마른 갈대와 억새가 많았다. 보도를 보니 전주천 도심 구간에서 수달 배설물이 대량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수..

사진속일상 201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