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3

과하면 체한다

손발이 차서 집안에서 덧신을 걸치고, 잘 때는 수면양말을 신는다. 혈액 순환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젊을 때부터 그랬는데 나이가 드니 증상이 더 심해진다. 찬 방바닥에 맨발이 닿으면 얼음장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발 운동을 권했다. 발 부딪치기인데 두 다리를 쭉 펴고 발을 모은 다음 뒤축은 고정한 채 앞부분을 좌우로 움직여 부딪치는 운동이다. 발에 자극을 주니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따라 했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이 할수록 좋다고 해서 욕심을 부렸다. 장난 같아 보이는 운동이지만 실제 해보면 만만치 않다. 다리 근육을 많이 써야 한다. 언제부턴가 엉덩이 근육이 아파오더니 결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다. 빨리 효과를 보려는 욕심에 너무 과했던 것 같..

참살이의꿈 2017.07.30

되면 한다

'하면 된다'라는 정신이 온 나라를 휩쓸었던 시대가 있었다. 사회가 온통 군영 같았을 때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구호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안 되면 되게 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공격적인 언어였다. 군대에서 고문관 노릇을 아니 할 수 없었다. '하면 된다' 정신이 이룬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경제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한강의 기적도 이런 억척스러움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빨리빨리' 같은 조급증은 한국인의 심성에 깊이 새겨져 있다. 김재규가 권총으로 박정희를 겨누며 내뱉은 말도 그랬다. "저도 한다면 합니다." 도전 정신을 나무랄 수는 없다. 특히 젊은 시기에는 바위를 뚫을 만한 기상이 있어야 한다. 해 보지도 ..

참살이의꿈 2015.11.27

따스한 결핍

요사이 들어 자주 생각나는 단어는 ‘절제’다.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 누군들 없으랴마는 어느 정도 선에서 참고 만족하는 미덕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그것은 돈이고, 사람이고 마찬가지다. 욕망의 충족이 기쁨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욕망의 절제는 더 속 깊은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욕망의 충족과 절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인생살이의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사랑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그러나 탐욕과 탐애는 늘 뒤탈을 남긴다. 그때 자제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일이 터진 다음에야 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인간의 기본 욕구를 사회적 제도나 가치관으로 억압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

참살이의꿈 2007.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