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6

고향의 여름꽃

고향 마을을 산책하다가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옛 친구지만 고향에 내려가도 오가다가 마을길에서 우연히 만나 얼굴을 본다. 서로 연락해서 식사 한 끼 할 기회가 별로 안 생긴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조용히 있다가 오고 싶은 내 성향 탓이 크다. 친구의 사과 농장 입구에 능소화가 환하게 피어 있다. 고향집에 어머니가 키운 접시꽃이다. 어머니는 집만 아니라 동네 골목에도 꽃을 심고 잡초를 뽑으며 깨끗하게 만드신다. 부지런하기로 치면 어머니를 당할 사람은 없으리라.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그런데 아들인 나는 반대이니 이 역시 불가사의다. 이웃집 마당의 무궁화가 여느 해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꽃들의향기 2021.07.09

어머니 생신과 고향집

어머니 여든아홉 생신으로 내려간 다음날 아침, 마을길을 산책하다. 고향 마을 시멘트 담벼락에 접시꽃이 피어 있다.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접시꽃은 다른 어떤 꽃보다 사람을 연상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고운 색깔과 수수한 모양새에서 그리운 사람 하나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어머니에게도 접시꽃처럼 화사한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한다. 뒤를 돌아보면 자꾸 슬퍼진다.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눈물 그렁그렁 맺히니 추억은 자꾸 토막 난다. 누구나 그러하지 않겠는가. 새로 얻은 집 마당도 밭으로 변했다. 무릎 아파 고생하면서도 경작 본능은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어머니의 살아가는 힘이다. 그래도 이만하니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새로운 생활도 이제..

사진속일상 2019.06.10

접시꽃(2)

접시꽃이 아름답다는 걸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큰 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접시꽃 역시 크게 호감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고향집과 한강에서 만난 접시꽃은 그런 선입견을 깨는 것이었다. 그 담백하고 고운 색깔에 특히 반해 버렸다. 접시꽃의 색깔은 우리 전통의 천연염색 물감을 연상시킨다. 은은하면서도 곱다. 또한 흰 접시꽃은 고운 모시옷을 입은 단정한 여인네의 모습을 닮았다. 그러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해서 지체 높은 귀부인이 아니라 우리 이웃 아낙네처럼 친근감이 있다.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로 접시꽃이 유명해졌는데 사실 접시꽃은 어머니의 이미지가 더 가깝지 않나 여겨진다. 접시꽃에서는 풍만함과 함께 모든 것을 감싸안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접시꽃 어머니'라는 아래 시에서 시인은 돌아가신 어..

꽃들의향기 2009.07.10

접시꽃

벌써 20년이 되었다.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한 시인이 '접시꽃 당신'이라는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을 내놓아 사람들을 감동시켰었다. 그때에 시집을 읽으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아내와 사별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시인은 재혼을 했다. 지금은 그때의 뭔지 모르게 씁쓸하고 허전했던 기억도 남아있다. 또 최근에 경험한 일이다. 터의 이웃에서 정답게 살아가던 부부가 있었는데, 몇 달 전에 아내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세상을 떴다. 4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 온 부부여서 남은 남편의 충격과 슬픔도 컸다. 그런데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새 여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고 있다. 같이 경운기를 타고 다닌다는 둥, 새 여자가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예쁘다며 웃는다는 둥 마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

꽃들의향기 200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