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은 주막이 아니라 酒幕이라 써야 제격이다그래야 장돌뱅이 선무당 미투리장수가 다 모인다그래야 등짐장수 소금쟁이 도붓장수가 그냥은 못 지나가고방갓 패랭이 짚신감발로 노둣돌에 앉아 탁주 사발을 비우고 간다그래야 요술쟁이 곡마단 전기수들이 주모와 수작 한번 걸고 간다酒幕은 으슬으슬 해가 기울어야 제격이다번지수가 없어 읍에서 오던 하가키가대추나무 돌담에 소지처럼 끼어 있어야 제격이다잘 익은 옥수수가 수염을 바람에 휘날려야 제격이다돌무지 너머 참나무골에 여우가 캥캥 짖고누구 비손하고 남은 시루떡 조각이당산나무 아래 널부러져 있어야 제격이다시인 천상병이 해가 지는데도 집으로 안 가고나뭇덩걸에 걸터앉아 손바닥에 시를 쓰고그 발치쯤엔 키다리 시인 송상욱이 사흘 굶은 낯으로통기타를 쳐야 제격이다주막은 때로 주먹패 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