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15

하늘정원 코스모스

코스모스를 보러 영종도 하늘정원에 갔다. 하늘정원 코스모스 꽃밭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하는 라인 아래에 있다. 코스모스와 비행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싶었다. 하늘정원은 올 초에 한 번 찾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는 꽃이 없어 황량했는데 이번에는 넓은 벌판이 온통 코스모스로 뒤덮였다. 출렁이는 코스모스의 바다 같다. 시골길에서 하늘거리는 소담한 코스모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런 맛 또한 괜찮다. 코스모스 꽃밭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풍경을 찍고 싶었으나 제대로 되지 못했다. 우선 비행기가 예상보다 뜸했다. 전에는 꼬리를 물고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이쪽보다는 제 2터미널 활주로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많았다. 또, 포인트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꽃들의향기 2022.09.27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가을 코스모스를 보면 아련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미루나무가 도열한 신작로에는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집에서 학교로 오가는 길이 둘 있었지만, 가을이면 아이들 발걸음은 저절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신작로로 들어섰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가 먼지를 날려도 상관없었다. 코스모스 꽃을 따서 책보를 장식하기도 하고, 동무 옷에 압착시켜 무늬를 새기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꽃을 날리면 코스모스는 헬리콥터 날개 마냥 돌면서 강물에 떨어졌다. 강물 따라 흘러 내려간 코스모스는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동네 산자락에 코스모스 길이 있다. 좁은 오솔길 양편으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질서 있게 가꾼 도시 공원의 코스모스와는 다른 분위기로 자연..

꽃들의향기 2022.09.24

물의정원 코스모스

꽃밭에서는 누구나 선남선녀가 된다. 꽃을 보며 화를 내는 사람은 이때껏 보지 못했다. 꽃밭에서는 꽃만큼 사람도 예쁘다. 코스모스를 보러 물의정원에 찾아가다. 이곳에 심은 종류는 주황색의 황화코스모스다.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울린 색깔이 강렬하다. 이번에는 주로 50mm로 찍어보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단렌즈를 이리저리 시험해 보는 중이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강산'이 울려퍼지는 것 같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고 고마운 우리 강산이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꽃들의향기 2018.10.04

탄천 코스모스

힘들게 탄천을 찾아갔더니 올해는 코스모스 꽃밭을 안 만들었단다. 다행히 귀퉁이는 조금 남아 있어 아쉬운 대로 허기를 달래다. 사진은 발로만 찍는 게 아니라, 요사이는 정보력으로도 찍는다. 20년 전 필름 카메라 시절에 쓰던 105mm 마크로를 꺼내서 테스트해 보다. 끼익, 하는 소리가 크게 나지만 오토 포커스도 그런대로 작동된다. 사진도 신형 마크로와 별 차이가 없다. 렌즈 기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은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의 마음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꽃들의향기 2018.10.03

올림픽공원 코스모스

올림픽공원의 코스모스 화원이 환하다.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의 한쪽 사면에는 코스모스가, 반대쪽 사면에는 풍접초가 활짝 폈다. 이곳 코스모스는 가을에 흔히 보는 코스모스와 종류가 살짝 다르다. 노란색의 노랑코스모스(Yellow Cosmos)와 분홍색의 센세이션 코스모스(Sensation Cosmos)다. 개량 품종으로 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청초한 느낌보다는 원색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종류다. 이곳은 도심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색다른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장소다.

꽃들의향기 2016.09.25

코스모스(3)

코스모스만큼 향수에 젖게 하는 꽃도 없다. 가을 하면 의례 코스모스가 떠오를 정도로 우리나라 어디에나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눈을 감으면 미루나무 도열한 신작로를 따라 바람에 하늘거리던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깔깔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는 맑고 푸른 하늘로 퍼져 올랐다. 코스모스는 '살사리꽃'이라는 우리말 이름이 있다. 북한에서는 '길국화'라고 부른다. 좋은 이름이지만 코스모스라고 할 때의 정감은 살아나지 않는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아주 잘 어울리는 꽃, 청초한 아가씨를 닮은 코스모스다.

꽃들의향기 2014.09.27

토평 코스모스

30대까지는 제일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항상 코스모스라고 대답했다. 어렸던 시절, 고향 마을 앞 신작로는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 꽃길이 되었다. 코스모스 꽃으로 동무의 옷에 꽃도장도 찍고, 다리 위에서 날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꽃장난을 치면서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를 그립게 하는 꽃으로 나에게는 코스모스만 한 게 없다. 이맘때가 되면 토평 한강변으로 코스모스 구경을 나간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넓은 꽃밭이라 시골길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의 정취와는 거리가 있지만, 집에서 가까우면서 이만큼 코스모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곳도 없다.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고향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100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짧은 시기에 이젠 우리나라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되었다.

꽃들의향기 2013.10.02

살사리꽃

살사리꽃은 코스모스의 우리 이름이다. 자주 쓰이지 않아 낯설지만 가만히 불러보면 코스모스보다 더 정겹게 느껴진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으리라. 살사리꽃은 멕시코가 원산지다. 18세기에 유럽으로 전해져서 우주와 조화라는 뜻의 코스모스(cosmos)로 명명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선교사를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고작 백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꽃보다도 더 한국적인 꽃으로 자리잡았다. 살사리꽃이 핀 풍경을 제외하고 한국의 가을을 말 할 수는 없다. 누구나 살사리꽃에 얽힌 그리운 추억 하나 쯤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고향에도 마을 앞 신작로를 따라 가을이면 살사리꽃이 활짝 피었다. 눈을 감으면 키다리 미루나무 아래 살사리꽃 물결이 선연하게 떠오..

꽃들의향기 2010.10.20

코스모스(2)

오늘 같은 날은 가을 햇살 화사한 코스모스 꽃길을 걷고 싶다. 눈을 감으면 내 초등학교 시절 마을 앞 신작로에 활짝 핀 그 꽃길이 보인다. 거기에는 우리들 키보다 더 컸던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며 눈 시리게 피어 있었다. 그 꽃들 사이에서 내보고 싶은 사람이 눈웃음 지으며 나올 것만 같다. 꽃길은 멀리 있는 읍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꽃 사이로 숨었다 나왔다 장난치며 걷다 보면 벌써 집이 보였다. 학교에 오가는 길은 그렇게 꽃길이었다. 코스모스는 한참 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꽃이었다. 코스모스(cosmos)에 '질서 있는 우주'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이 꽃이 더욱 신비하게 느껴졌다. 조형미로 따진다면 더 완벽한 꽃들도 많은데 말이다. 하나의 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잠재의..

꽃들의향기 2005.09.21

토평의 코스모스 꽃밭

서울에서 가까운 토평의 한강변에는 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있다. 마침 오늘은 구리 시민의 날과 겹쳐서 강변북로와 한강 둔치에는 차와 사람들로 넘쳐났다. 철 지난 코스모스 꽃밭에는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다니는 바람에 꽃들이 밟혀 죽고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사람들의 발길을 덜 타서 온전한 꽃밭을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늦게 씨를 뿌렸는지 싱싱한 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코스모스는 남미 원산의 외래종이지만 이미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된지 오래다. 포플러나무가 도열한 신작로 양편으로 코스모스 꽃길이 환했던 옛날 고향 가을 풍경도 아련하다. 지금은 중부 지방 산들의 단풍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는데 가을이익어가고 있는 우리 산하는 어딜 가도 아름다운 풍..

꽃들의향기 2004.10.10

코스모스 씨를 받다

잠실 쪽 한강 둔치에는 긴 코스모스 길이 있다. 두 달 가까이 아름다운 꽃을 피어 주어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잎도 시들고, 꽃들도 대부분 지고 그 자리에는 까만 씨가 맺혔다. 퇴근하면서 며칠동안 이 씨를 받았다. 날카로운 끝 부분에 찔리기도 하고, 손가락에서는 코스모스 냄새가 배어 버렸다. 내년 봄에는 내 시골 터에다 코스모스 씨를 뿌릴 계획이다. 집과 마당이 코스모스로 둘러싸여 있는 모양을 그려보면 즐겁다. 욕심이라면 동네 길도 코스모스 길을 만들고 싶다. 온 동네가 코스모스 꽃밭인 시골 마을, 이것 역시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은 씨를 맺고 벌써 땅에 떨어져 내년을 약속하고 있는데, 어떤 친구는 이제야 꽃잎을 활짝 피우고 ..

사진속일상 2003.10.17

코스모스(1)

어린 시절 고향 앞에는 신작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이 흰 먼지를 뽀얗게 달고 다녔다. 아름드리 포플러 나무들이 길 양편으로 줄지어 서 있었고,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길을 따라 만개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진 풍경이다. 포플러 나무는 베어져 없어져 길은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쌩쌩 달리는 차들이 무서워 나무도 꽃도 자라지 못하고 사람도 걸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토평에서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에 다녀왔다. 엄청나게 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져 있었지만 추억 속의 그 옛날 코스모스 꽃길의 정취는 느끼기 힘들었다. 문명의 발달로 편리함은 얻었지만 우리는 또 다른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꽃들의향기 200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