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오는데 우체국 창가에서 순번을 기다리다 지쳐 아들아 이 편지를 쓴다 "춘천 우체국에 가면 실장이 직접 나와 고객들 포장박스도 묶어주고 노모 같은 분들의 입, 출금 전표도 대신 써주더라."고 쓴다 아들아, 이 시간 너는 어느 자리에서 어느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쓴다 나도 공직에 있을 때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겠지만 너도 우체국 실장처럼 그렇게 하라고 일러주고 싶은 시간이다 겨울날 창틈으로 스며드는 햇살 받아 안듯 "비 오는 날 문턱까지 손수 우산을 받쳐주는 그런 상사도 있더라"고 덧붙여 쓴다 살다 보면 한쪽 옆구리 뻥 뚫린 듯 휑한 날도 많지만 마음 따뜻한 날은 따뜻한 사람 때문이란 걸 알아야 한다 빗줄기 속에서, 혹은 땡볕 속에서 절뚝이며 걸어가는 촌로를 볼 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