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3

26일 동안의 광복

1945년 8월 15일부터 미군이 조선총독부에서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게양하는 9월 9일까지 26일 동안을 기록한 책이다. 부제가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이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한겨레신문의 길윤형 기자가 썼다. 1부는 8월 15일 광복 당일의 숨 가빴던 시간을 세 세력(여운형, 총독부, 송진우)의 입장에서 복원한다. 혼란한 때에 발빠르게 나선 쪽은 여운형이었다. 총독부는 치안 유지와 일본인의 안전을 위해 명망 있는 인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여운형은 총독부의 방침에 협조하면서 건국동맹을 기반으로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든다. 광복을 전후한 시기의 중심인물은 여운형이었다. 그가 만든 건준은 안재홍 주도로 끝까지 좌우합작을 시도한다. 그러나 우익을 대표하는 송진우는 좌익에 이용당할 것을 두려워해 ..

읽고본느낌 2021.01.09

남자보다 무거운 잠 / 김해자

꿈이랑가 생시랑가 머시 묵직한 거시 자꼬 눌러싸서 눈 떠본께 글씨, 나, 배, 우에, 올라타 있드랑께 워어메 이거시 먼 일이여, 화들짝 놀라 이눔 새끼를 발로 차버릴라고 했는디 이눔의 나무토막 같은 다리가 말을 안 듣는겨 죙일 서갖꼬 콩콩 프레스를 밟아댄께 참말로 이 다리가 내 다리여 놈의 다리여 이 급살 맞을 놈, 콱 죽여분다 이 신발 밑창 같은 새끼, 겨우 몇 마디 하고 글시 다시 스르르 눈이 감겨버렸나 벼 포옥 한숨 자고 포도시 눈이 떠졌는디 아즉도 꿈이랑가, 워메 그 인사가 아즉도 엎어져 있는겨, 와따 여즉도 안 갔소이, 머시 좋은 거이 있다고 고렇코롬 자빠져 있소, 눈 붙이고 난께 존 말라 타일러집디다이, 낼 일할라믄 질게 자야 쓴께 지발이나 빨리 가랑께요, 근디 이 본드 발른 밑창 같은 작자가..

시읽는기쁨 2014.11.07

그 날이 오면 /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이 시를 읽으면 가슴이 뛴다. 영국의 한 비평가는 이 시를 세계..

시읽는기쁨 200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