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2

꽃핀 나무 아래 / 허수경

한때 연분홍의 시절 시절을 기억하는 고약함이여 저 나무 아래 내 마음을 기댄다네 마음을 다 놓고 갔던 길을 일테면 길이 아니고 꿈이었을 터 아련함으로 연명해 온 생애는 쓰리더라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살아온 길이 일테면 자궁 하나 어느 범박한 무덤 하나 찾는 거라면 이게 꿈 아닌가, 더러 돌아오겠다 했네 어느 해질녘엔 언덕에도 올라가고 야산에도 가고 눈 쓰린 햇살 마지막 햇살의 가시에 찔려 그게 날 피 흘리게 했겠는가 다만 쓰리게 했을 뿐 했을 뿐, 그러나 한때 연분홍의 시절 꿈 아닌 길로 가리라 했던 시절 - 꽃핀 나무 아래 / 허수경 독일로 간 허수경 시인이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고고학을 공부하러 먼 나라로 가서 남달랐던 시인이었다. 생의 허무와 애상을 노래하고..

시읽는기쁨 2018.08.19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 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

시읽는기쁨 200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