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국화 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모를 뻔했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상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는 모를 뻔했지 - 완행열차 / 허영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유학을 와서는 고향을 오갈 때면 늘 완행열차를 타고 다녔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완행열차는 작은 시골역까지 찾아 쉬면서 느릿느릿 달렸다. 지금 감각으로는 달렸다고 하기에도 민망한데 고향까지 가는 데는 거의 7 시간이 걸렸다. 또 마음 착한 완행열차는 교행하는 기차가 있으면 한없이 기다려줄 줄도 알았다. 바깥 풍경을 여유있게 감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