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4

솔깃 / 최재경

읍내 다방이 신장개업을 하면서 마담도 새로 오고 배달하는 아가씨도 둘이나 따라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스무 개가 넘는 마을로 순식간에 번졌다 모두 솔깃하였지만, 그 놈의 체면 때문에 내놓고 좋아라 하는 눈치는 뒤로 꿍쳤다 스피커소리가 밖에서도 들리게 뽕짝으로 조지는 관광버스 막춤 음악이 흘러나왔다 화환인지 꽃다발인지 화사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위아래를 흔들려 차를 날랐다 젊은 것들은 가겟방에서 노닥거리며 해가 식기를 기다렸고, 나잇살이나 있는 이들은 둘러앉아 내가 누구이며 어디 사는 거시기고 머시기 타령이다 뻔한 뻥튀기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착 달라붙어 시키지도 않은 비싼 쌍화차나 칡즙을 저희들 맘대로 시켜먹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하나 둘씩 일어선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뒤를 돌아다보..

시읽는기쁨 2015.10.05

호기심

8개월 된 손자는 이제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가만히 보면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게 아니고 작은 몸이 나아가는 목표가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대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기의 눈이 꽂히는 것은 장난감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TV 리모컨 같은 전자기기라는 게 신기하다. 특히 리모컨만 보면 먹이를 발견한 매의 눈이 된다. 몸이 굳어지고 돌진한 태세를 갖춘다. 희한하다. 검은 직사각형 플라스틱 막대기의 무엇이 아기를 사로잡는지 모르겠다. 요사이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지는가 보다. 손주를 지켜보면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특징이 호기심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일부 영장류의 새끼도 주변에 호기심을 가지지만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기의 눈은 세세하게 주위를 스캔하는 카메라 같다. 낯선 것..

참살이의꿈 2015.07.06

엉뚱한 게 궁금하다

지하철에 타서 옆 자리가 비어 있으면 눈을 감는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옆에 앉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보지 않고 과연 얼마나 맞힐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의 앉는 스타일, 또는 느껴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것일까? 예상과 달리 잘 맞혀지지 않는다. 진동이 크다고 꼭 남자는 아니다. 여자는 얌전하게 앉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또 후각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오래 실험하다 보니 감이란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확률은 70%를 넘지 못한다. 눈을 떠서 맞은 걸 확인하는데, 의외의 경우에는 빙긋이 웃기도 한다. 아마 옆 사람은 왜 미소를 짓는지 이유를 모를 것이다. 이것은 무료한 지하철에서 나만이 즐기는 게임이다. 요사이는 별 게 다 궁금하다. 만약 수염을..

길위의단상 2009.09.08

호기심을 잃어가는 아이들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니 수업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이라 아이들의 마음은 마냥 흐트러져있어 평상시보다 아이들을 다잡는데 몇 배나 힘이 든다. 시험 점수의 압력이 없는 수업은 아이들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1학년 수업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우주대기행’이라는 DVD를 보여주고 있다. 이 DVD는 일본 NHK에서 제작한 것으로 내용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진지하게 바라보는 아이는 한 반에서 고작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요사이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온통 공부에 압박을 받으며 진을 다 쏟아서 그런지 성적이나 대학 진학과 관계되지 않은 것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읽기조차..

길위의단상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