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제목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리고, '사소한 부탁', 여기에 담겨 있을 여러 의미를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나는 겸손의 마음을 읽는다. 내가 사유하고 주장하며, 글에 담은 내용이 '사소'하다는 걸 자각하는 건 얼마나 중요한가. 세상을 향한 의견 제시 또한 정중한 '부탁'이어야 한다. 요사이처럼 제 또는 진영의 목소리만 크게 난무하는 세태에서 더욱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황현산 선생의 은 선생이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한 글이 실려 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선생의 글에서는 지성인의 향기가 난다. 글이 깊이가 있으면서 담박하고 간결하다. 선생의 인품이 어떠할지 글로써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영화 '다가오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