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2

사소한 부탁

책을 덮고 제목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리고, '사소한 부탁', 여기에 담겨 있을 여러 의미를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나는 겸손의 마음을 읽는다. 내가 사유하고 주장하며, 글에 담은 내용이 '사소'하다는 걸 자각하는 건 얼마나 중요한가. 세상을 향한 의견 제시 또한 정중한 '부탁'이어야 한다. 요사이처럼 제 또는 진영의 목소리만 크게 난무하는 세태에서 더욱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황현산 선생의 은 선생이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한 글이 실려 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선생의 글에서는 지성인의 향기가 난다. 글이 깊이가 있으면서 담박하고 간결하다. 선생의 인품이 어떠할지 글로써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영화 '다가오는 것들'..

읽고본느낌 2020.07.20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선생의 산문집이다.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선생의 표현대로라면 낮은 이성의 시간이고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낮이 사회적 자아의 시간이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시간이다. 잃어버린 밤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일임을 믿기에 이런 제목을 달았을 것이다. 낮에 잃은 것을 밤에 찾기란 곧 인문 정신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다. 는 한겨레신문에 실었던 칼럼을 중심으로 선생이 쓴 글을 모았다. 진보적 지식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확인할 수 있다. 시사성 짙은 글들이 많은데 현실에 비판적이지만 과하지 않고 따스하다. 좀 더 나은 세상,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는 그리움이 담겨 있다.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개발 시대에 들기 전의 농어촌은 인간다운 삶의 원형으로 ..

읽고본느낌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