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산 16

도락산에 오르다

충북 단양에 있는 도락산(道樂山, 965m)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산이다. 마침 트레커에서 산행을 한다기에 동행했다. 트레커와는 3년 만의 산행이었다. 도락산이라는 이름에서는 우선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떠오른다. 물질을 탐하면 도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예수님도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도락산에 들었다. 상선암에서 출발했는데 도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말해주듯 길은 급경사의 오르막이었다. 10분 이상을 걷지 못하고 쉬어야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도락산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도락산이 끌린 건 소나무 때문이었다. 암반 지대에 뿌리를 내리..

사진속일상 2022.05.22

100명산 중간 점검

10년 전에 퇴직을 한 뒤 우리나라의 100명산을 오르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그때까지 오른 산을 제외하니 남은 산은 68개였다. 한 해에 예닐곱 산을 오른다면 일흔 살이 될 때까지는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도전해 보니 일 년에 서너 개 산이 고작이었다. 그것마저 발이 고장나는 바람에 몇 년을 쉬게 되었다. 이제 일흔이 되어 점검해 보니 그동안 13 산을 더한 게 고작이었다. 남은 산은 55인데 이미 날은 저물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는 글렀다. 수도권 15[완료 15] O - 감악산, 관악산, 도봉산, 마니산, 명성산, 명지산, 백운산, 북한산, 소요산, 용문산, 운악산, 유명산, 천마산, 축령산, 화악산 강원권 22[완료 11] O - 가리산, 두타산, 백덕산, 백운산, 설악산, 오대산, 오봉산,..

길위의단상 2021.11.28

가을 여행(3) - 두륜산

사흘째 날, 일행은 관매도 섬 트레킹을 하지만 나는 두륜산에 오르기로 한다. 등산 후에는 바로 귀가할 예정이다.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다.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친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백 호 가까이 되는 큰 동네였다는데, 지금은 40호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중부 지방은 빈 밭으로 변했는데, 여기 배추는 아직 싱싱하다. 해남으로 가는 길에 진도타워 전망대에 잠깐 들린다. 울돌목을 지나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올 9월에 개통했다. 주차장에서 대흥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단풍을 만끽한다. 대흥사와 두륜산은 30년 전 쯤에 직장 동료들과 찾은 적이 있다. 전날 여관에서 밤새 술 마시고 화투 치며 노느라 두륜산을 오르다가 포기했다. 이번에는 어떻게라도 올라보고 싶었다. 두륜산(..

사진속일상 2021.11.11

단풍 드는 소요산

소요산은 여러 차례 찾았지만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주로 단풍 구경하러 자재암 정도까지 갔다 온 게 고작이었다. 이번에는 단풍과 무관하게 오로지 등산 목적으로 소요산을 찾았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逍遙山, 587m)은 이름이 매력적이다. 에 나오는 소요유(逍遙遊)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절대자유의 경지를 말한다. 이 산과 관련이 있는 원효대사, 서화담, 매월당 등과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소요산에 들면서 그분들의 체취 한 자락이라도 맡아볼 수 있을까. 자가용으로 집에서 소요산까지 오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주차장에서 등산 준비를 하고 진입로에 들어선다. 산길 초입에서 공주봉과 하백운대로 갈라지는데 나는 공주봉 방향으로 향한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고 한다. 능선에 올라가서야 제대..

사진속일상 2021.10.19

감악산에 오르다

파주에 있는 감악산(紺岳山, 675m)에 올랐다. '감악'은 이름대로라면 '감색 바위'라는 뜻인데 굳이 찾자면 산 아래 운계폭포 부근 암벽이 감색에 가까운 데가 있었다. 감악산에서 제일 큰 임꺽정봉을 비롯해 대부분은 밝은 화강암이다. 감악산 지역은 옛날 군대 생활할 때 우리 사단 관할이었다. 산악 행군을 할 때 감악산을 지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기억이 가물거린다. 집에서 가까운 산에 가기로 하고 배낭을 꾸리면서 불현듯 감악산이 떠올라서 행선지를 바꿨다. 집에서 감악산까지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 산행 기점은 출렁다리로 정했다. 등산이 아니라 출렁다리만 구경하러 온 사람이 훨씬 많았다. 2016년에 개통한 이 출렁다리 덕분에 감악산이..

사진속일상 2021.09.14

월출산에 오르다

친구 모친 문상으로 진도에 간 길에 월출산에 오르기로 했다. 일행은 저녁에 올라가고 나는 홀로 떨어져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 들었다. 친구 덕분에 언젠가는 한 번 오르리라 다짐했던 월출산과 만나게 되었다. 월출산 등산은 코스가 여럿 있지만 원점 회귀하는 데는 천황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게 제일 낫다. 경치도 볼 만하고 라운딩 산행이 가능한 코스다. 나는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에 올랐다가 바람폭포로 내려오는,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을 택했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산장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10시에 출발한다. 조금 걸어 올라가면 천황사가 나오는데, 최근에 조성한 흔적이 묻어난다. 이름에 비해 절 규모는 소박하다. 처음은 완만한 흙길이다. 동백꽃이 길 위에 떨어져 있기도 하고, 대나무숲 사이를 지나기도 한다...

사진속일상 2018.04.19

울릉도(1) - 성인봉

울릉도 둘째 날, 천부로 가는 6시 45분 버스를 탔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올라 저동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일주도로를 시계 방향으로 달린 버스는 8시에 천부에 도착했다. 저동에서부터 1시간 10분이 걸렸다. 천부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갈아타니 20분 만에 나리분지에 닿았다. 나리분지에 있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남은 밥은 비닐에 싸서 배낭에 챙겼다. 간단한 점심 요기로 유용했다. 9시부터 성인봉 등반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탄하고 너른 길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나리분지는 그만큼 넓다. 화산 폭발 후 함몰된 칼데라 지형인데 만약 물이 찼다면 천지 같은 큰 호수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울릉도에서는 보기 어려운 평지다. 숲에는 너도밤나무가 많다. 천천히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다...

사진속일상 2017.11.04

주흘산에 오르다

용두회의 문경새재 트레킹에서 벗어나 나 홀로 주흘산에 오르다. 10년 전에 봄꽃을 보러 계곡에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정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주흘산(主屹山)은 높이가 1,106m로, 문경을 지나는 소백산맥의 주봉이다. '주흘'은 '가장 우뚝한 산'이라는 뜻이겠다. 돌이 많긴 하지만 산길은 급경사가 없이 부드럽다. 차분히 가쁜 호흡 없이 걷기에 알맞은 산이다. 주흘산은 계곡이 잘 형성되어 있다. 깊은 산이라 늦가을이지만 수량도 풍부하다. 계곡 물소리를 벗삼아 걷는 재미가 좋다. 이미 단풍철은 지났지만 산 아래에는 아직 단풍의 여운이 남아 있다. 화려했던 주흘산의 단풍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제 때에 온다면 멋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궁폭포. 정상인 주봉에서 바라본 풍경. 하산길 중간 쯤..

사진속일상 2016.11.06

암마이봉에 오르다

전주에 간 길에 마이산 암마이봉(686m)에 올랐다. 암마이봉은 그간 통제되었다가 작년부터 출입이 허용되었다. 시간 여유가 넉넉치 않아 가장 짧은 코스인 북부주차장에서 올랐다가 은수사를 둘러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짧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대신 이 코스는 전부 계단이다. 천황문에서 암마이봉에 오르는 길 역시 계단이 대부분이라 200층 건물을 계단 따라 오른다고 여기면 된다. 편안하지 않은 길이다. 호젓한 산행을 바랐지만 유명한 산이어서인지 평일에도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객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아줌마 부대는 첫째 경계 대상이다. 너무 시끄럽다. 들뜬 나들이길이란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집단이 되면 뻔뻔스럽게 되는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조심스럽..

사진속일상 2015.10.16

태백산에 오르다

강원도에 간 둘째날, 홀로 시간을 내어 태백산에 올랐다.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태백산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한 길이었지만 따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태백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미룬 숙제를 하나 해결하듯 가뿐한 마음으로 오를 수 있었다. 태백산 등산 시작점은 유일사, 백단사, 당골이 있는데 원점 회귀로는 비교적 긴 편인 당골을 골랐다. 당골에서 천제단,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는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순환 코스다. 태백산은 1,500m급이지만 출발 지점이 고도가 높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당골 광장에서 출발하면 반재 밑까지 계곡과 함께 한다. 가을 아침의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했다.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지 하산하는 등산객이 많았다...

사진속일상 2015.09.15

문장대에 오르다

법주사에는 몇 차례 갔으나 속리산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 마침 처가쪽 가족 모임이 법주사 인근에서 있어서 등산 장비를 챙겨 갔다. 다른 팀보다 일찍 가서 홀로 속리산에 올랐다. 속리산 최고봉은 천왕봉(1,058m)이지만 시간 관계상 문장대(1,054m)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문장대에 오른 뒤 신선대를 거쳐 하산했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천왕봉까지 걷는 능선길이 멋졌을 것이다. 법주사에서 세심정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 이런 길을 30분 넘게 걸어야 세심정에 닿는다. 세속의 때를 벗는 길인 듯하다. 지도에 나온 세심정(洗心亭)이라는 명칭을 보고 기대가 컸다. 계곡에 있는 단아한 정자를 연상했다. 그런데 정자는 없고 음식을 파는 휴게소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에는 옛날부터 속리산을 찾..

사진속일상 2015.08.24

월악산에 오르다

고향에 다닐 때마다 옆으로 지나가며 바라보기만 했던 월악산을 드디어 올랐다. 좁은 땅덩어리인데 가보지 못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100 명산을 오르기로 느슨한 약속을 했는데 아직 64 산이나 남았다. 노년의 행복은 무릎 연골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은 든든한 두 다리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차를 끌고 갔으므로 동창교가 들머리 및 날머리가 되었다. 동창교 코스는 월악산에 오르는 짧은 길이지만 대신 급경사가 길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돌길이었다. 올라갈 때보다 오히려 내려갈 때 조심해야 했다. 정상이 1,097m인데 힘들기는 1,500m급 산을 오른 것과 비슷했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피하고 싶은 길이다. 월악산(月岳山)은 삼국 시대에 영봉 위로 떠오르는 달이 무척 아름다워 월형산(月兄山)으로 불렸..

사진속일상 2014.09.12

화악산 꽃산행

화악산(華岳山)은 높이 1,468m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신선봉, 중봉, 응봉 등의 봉우리가 있는데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대부분 출입금지다. 그중 중봉은 옹색하긴 하지만 정상에 설 수 있다. 금강초롱을 보기 위해 화악산을 찾아간 길에 중봉까지 오르기로 했다. 들머리는 중봉에 오르기 쉬운 화악터널로 잡았다. 중봉까지 군사용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단점은 시멘트길을 오래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은 금강초롱이 목적이었으므로 길은 무시하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금강초롱 군락지를 여러 번 만났기 때문이다. 한두 개체만 봐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금강초롱이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금강초롱 외에도 많은 여름꽃이 있었다. 화악산은 '화악'이라는 말 그대로 꽃과 바위산이었다. 화악터..

사진속일상 2014.09.06

명지산에 오르다

명지산(明智山, 1,267m)에 올랐다. 가족과 2박3일 가평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나만 하루 짬을 내어 명지산을 찾았다. 꽤 높은 산이어서인지 그동안 명지산은 올 기회가 없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올라보랴 싶었다. 가평군에 있는 명지산은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과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 명지산이다. 이 지역은 경기도에서 제일 가는 심산유곡 지대로 마치 강원도 깊은 산골에 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천 미터급 산을 오르니 수년 전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던 생각이 났다. 익근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계곡길 대신 사향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택했다. 덕분에 정상에 오르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호젓한 산행..

사진속일상 2013.10.24

홍천 팔봉산

친구가 팔봉산 자락에 전원주택 터를 가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마치고 들어갈 살려는 장기적인 목적으로 산 것이다. 작년에 그 터를 구경하고 팔봉산을 처음 보았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생긴 산의 풍광이 좋았다. 산을 에두르며 홍천강이 흐르고 있어 산과 강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팔봉산(八峰山)은 여덟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인데 봉우리 높이는 3백m급이다. 그래서 동네 뒷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어제 아내와 함께 산을 찾았다. 그런데 웬걸, 바위로 된 여덟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게 만만치 않았다. 상당히 위험한 구간도 있었다. 작년 가을에는 5봉에서 추락사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쉽게 생각했다가 네 발로 엉금엉금 기느라 땀깨나 흘렸다. 팔봉산 최고봉이 해발 327.4m인 2봉이다...

사진속일상 2013.07.02

우리나라 100대 명산

난 목표를 정하는 게 싫다. 그런 걸로 남이나 나를 다그치는 건 영 질색이다. 성인이 된 뒤로는 무엇이 되려고 끈질기게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사이 들어 등산 목표를 하나 세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 목록을 보고 나서부터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죽기 전에 100산 정도는 올라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음이 100대 명산 목록이다. 좁은 국토인데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여럿 있다. 내가 정상을 찍었던 산은 붉은색으로 표시해 보았다. 수도권 15 감악산, 관악산, 도봉산, 마니산, 명성산, 명지산, 백운산, 북한산, 소요산, 용문산, 운악산, 유명산, 천마산, 축령산, 화악산 강원권 22 가리산, 가리왕산, 계방산..

길위의단상 201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