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있는 감악산(紺岳山, 675m)에 올랐다. '감악'은 이름대로라면 '감색 바위'라는 뜻인데 굳이 찾자면 산 아래 운계폭포 부근 암벽이 감색에 가까운 데가 있었다. 감악산에서 제일 큰 임꺽정봉을 비롯해 대부분은 밝은 화강암이다.
감악산 지역은 옛날 군대 생활할 때 우리 사단 관할이었다. 산악 행군을 할 때 감악산을 지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기억이 가물거린다. 집에서 가까운 산에 가기로 하고 배낭을 꾸리면서 불현듯 감악산이 떠올라서 행선지를 바꿨다.
집에서 감악산까지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 산행 기점은 출렁다리로 정했다.
등산이 아니라 출렁다리만 구경하러 온 사람이 훨씬 많았다. 2016년에 개통한 이 출렁다리 덕분에 감악산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또한 전국에 출렁다리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아닌가 싶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곧 운계폭포가 나온다. 길이 20m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지금은 물줄기가 시들하지만 비 온 뒤에는 볼 만한 풍경이 만들어질 것 같다.
운계폭포 위에 범륜사(梵輪寺)가 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절은 운계사였다고 한다. 운계폭포, 운계전망대라는 이름도 이 옛 명칭에서 연유했다.
원래는 감악능선길로 올라가려 했는데 들머리를 착각해서 계곡길로 접어들었다. 계곡길은 정상에 오르는 최단코스이긴 하지만 돌길이어서 걷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계곡에는 숯가마터가 자주 보였다. 감악산에는 1960년대까지 숯을 굽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참나무를 잘라서 가마 안에 넣고 불을 지핀 다음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밀폐하고 일주일 정도 식히면 참숯이 된다. 마치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임꺽정봉에서는 남쪽 방향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아래에 신암저수지가 있고 멀리 북한산도 보인다. 신암저수지 코스를 택하면 임꺽정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감악산 정상에는 무슨 용도인지 모르는 건물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다. 산 꼭대기에 이처럼 화려한 전망대를 만들리는 없을 테고, 아마 현대식 기상관측소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감악산에도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건지.
하산은 운계능선길로 했는데 사람이 드문 한적한 산길이어서 좋았다. 임꺽정봉 주변에서는 단체로 온 산객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통에 짜증이 일었다. 기분을 내는 건 좋지만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적당히 자제할 줄도 알면 고마우련만.
내려가면서 본 출렁다리.
산에 '악'자가 들어가면 오르는 데 진땀깨나 흘려야 한다. 그런데 감악산은 상당히 순한 편이다. 데크길 등 편의 시설도 잘 되어 있다.
* 산행 시간: 5시간(11:30~16:30)
* 산행 경로: 출렁다리 주차장 - 출렁다리 - 범륜사 - 묵은밭 - 임꺽정봉 - 정상 - 까치봉 - 운계전망대 - 범륜사 - 출렁다리 - 출렁다리 주차장
* 산행 거리: 약 8km
* 100명산 오르기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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