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도봉산을 찾은 이래(힘들어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음) 등산과는 거리가 멀었다가 이제 다시 시동을 건다. 스틱을 꺼내는 것도 11개월 만이다. 뒷산은 심심치 않게 가지만 낮은 산이라 그저 산길 걷기 정도이니 등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시작하는 등산의 첫 상대는 검단산(657m)이다. 집에서 가까운 윗배알미에서 출발한다. 단점은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하산할 때도 같은 코스로 내려온다. 대신 사람이 적은 한적한 산길이다. 마스크를 신경 안 써도 되니 요즈음 같은 코로나 시대에 맞는 길이다.
윗배알미 쪽은 계곡이 길다. 검단산에서 가장 계곡이 깊고 수량이 많지 않나 싶다. 이곳 물은 경안천으로 들어가 팔당호에 합류한다. 상수원 수질 보호를 위해 상당한 높이까지 계곡에 들어갈 수 없다. 통제한 덕분에 계곡은 자연 상태가 유지되고 바위에는 초록 이끼가 무성하다.
나무가 우거진 계곡을 따라 걸으며 듣는 물소리가 청량(淸亮)하다. 느릿느릿 걸으면서 한 시간 정도의 호사를 누린다.
이틀 동안 내린 비가 그치고 오늘은 흐린 날씨에 간간이 햇빛이 나온다. 걷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8부 능선쯤에 있는 넓적바위 위에서 등산화를 벗고 시원한 산바람을 쐰다.
오랜만의 등산이지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이곳은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단순한 길이다. 깔딱고개 같은 게 없다. 숨이 차면 속도를 늦추면 된다. 혼자 하는 산행이 좋은 점은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몸 상태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검단산 정상은 넓은 평지로 되어 있고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땅에 떨어진 밤송이가 가을이 왔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다. 다람쥐는 겨울 양식을 주체 못 하게 생겼다.
검은색 끈끈이 비닐로 둘둘 감긴 나무가 많다. 참나무 시들음병 약제인가 보다. 처치한 나무마다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잘 생기고 우람한 적송(赤松)이 군계일학으로 서 있다. 옛날에는 맞은편 예봉산에 궁궐 건축 자재로 쓰이던 소나무가 많았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검단산도 그랬을 법하다. 이 적송은 검단산의 마지막 남은 소나무가 아닐지.
다시 시작한 첫 산행을 상쾌하게 잘 마무리했다. 앞으로는 귀찮다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가까운 산부터 차례차례 찾아 나서야겠다.
* 산행 시간: 4시간 30분(10:30~15:00)
* 산행 경로: 하남 윗배알미 - 계곡길 - 삼거리 - 정상 - (같은 코스) - 윗배알미
* 산행 거리: 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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