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코로나 시대의 당구장

샌. 2021. 8. 28. 10:28

 

코로나 때문에 바깥 만남을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당구장에 나갔다. 친구들은 매주 당구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겁이 많은가 보다. 현재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고 있어 당구 치러 오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낮 1시인데도 노는 테이블이 없었다.

 

1차 당구를 한 뒤 점심을 먹고 다시 찾으니 아예 자리가 없었다. 이웃 당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네 번째로 간 어느 지하 당구장에서 겨우 빈 테이블을 발견했다. 당구장으로만 보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사람으로 북적인다. 4단계 방역 지침이 무색하다.

 

당구장 주인장은 주인장대로 불만이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테이블당 두 명만 칠 수 있단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다. 실제 당구장에 있어보니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코로나 전파 위험이 적다. 당구는 신체 접촉을 하는 격한 운동도 아니다. 음식점이나 카페는 음식을 먹자면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당구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일률적인 규제에 대해 불평할 만하다.

 

정부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사람들의 바깥 활동을 줄여야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 나가보니 정부 시책이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는 의문이다. 다닐 사람은 다 다니고, 놀 사람은 다 논다. 한쪽을 막으면 풍선효과인지 다른 곳으로 오히려 더 사람이 몰린다. 한 친구의 말대로 괜히 헛심을 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풀어버려서 다른 나라처럼 확진자수가 수만 명씩 나오면 더 심한 책임 추궁을 당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코로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측면은 있는 것 같다.

 

친구 중 몇은 정부가 코로나를 가지고 국민을 속이며 조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코로나 통계도 조작된 것이라고 불신한다. 나중에는 문재인 정권과 정치를 두고 서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친한 사이일수록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피하라고 했는데 술만 들어가면 꼭 삼천포로 빠지니까 문제다.

 

낮에는 소주, 저녁에는 맥주, 집에 들어와서는 고량주로 오랜만에 술과 친하게 지낸 하루였다. 술, 친구와 당구로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서 벗어났더니 막힌 속이 뚫린 듯한 기분이다. 코로나를 피해 숨어있지만 말고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살아가야 할 때가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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