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추 따고 벌초하고

샌. 2021. 8. 15. 12:12

고향으로 노모를 뵈러 가는 마음이 편치 않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다. 자꾸 일이 뒤엉키니 어찌할 길이 없이 착잡하다. 휴게소마다 들러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마침 내려가는 때가 고추 따는 시기와 맞물렸다. 어머니의 고추 농사라야 200포기밖에 안 된다. 전에 비하면 1/5로 줄었다. 아들보다는 거드는 일손이 생긴 것에 어머니는 기뻐하신다. 올해 고추는 풍년이다. 튼실한 고추가 가지 사이에 너무 빽빽하게 달려 있어 빼내는 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것도 노동이라고 두 시간여 두 물째의 고추를 땄더니 양손의 엄지손가락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오후에는 어머니와 함께 선산의 벌초를 했다. 개망초로 덮여 있었는데 뽑아내니 깔끔해졌다. 이렇게 일 할 줄은 모르고 내려왔는데 고되지만 끝나고 나니 개운하다.

 

귀향한 옆집 친구는 아흔이 넘어도 아직 현역인 어머니를 보고 혀를 내두른다. 어머니의 건강이 고맙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마냥 달가운 건 아니다. 이젠 일손을 놓고 편히 지내면 좋으련만 무엇이 어머니를 밤낮 없이 밖으로 내모는지 모르겠다. 아흔 인생의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으랴.

 

 

건조기에 물기를 뺀 고추를 넣었더니 22판이 가득 들어갔다. 35시간이 지나면 완전 건조되어 나온다고 한다. 결과물은 보지 못하고 올라왔다. 내려가도 안 내려가도 마음이 무거운 고향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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