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무더위가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겠다. 어제는 오랜만에 가끔 비가 지나면서 구름 많은 날씨였다.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긴 했으나 습도가 높아서 후덥지근했다. 그래도 햇볕이 가려지니 다행이다 싶어 경안천 걷기에 나섰다.
순전히 걷기 목적으로 경안천을 찾은 것은 반년이 넘은 것 같다. 여름에는 안 그래도 더운데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너무 답답해서 사람이 많은 데는 가지 않는다. 경안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여름은 사정이 다르다. 그늘이 없는 경안천 길을 걸을 사람은 별로 없다. 예상대로 경안천에서는 아주 드문드문 사람을 만날 뿐이었다.
여름 경안천은 억새 사이에서 기생초가 많이 피어 있었다. 군데군데 꽃길로 조성해 놓았다. 진하고 화려한 화장을 한 듯해서 기생초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이번에 걸은 길 반대편의 경안천변에는 엄청나게 넓은 기생초 꽃길이 있다. 가을 경안천 하면 갈대와 억새이고, 여름 경안천 하면 기생초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이 나비는 부전나비라고 불러야 할까. 왠일인지 옆에 가까이 가도 날아갈 줄을 모른다. 문득 국민학생일 때 여름방학이면 으레 방학 숙제로 나왔던 곤충 채집이 생각난다. 아마 그때였다면 좋은 먹잇감이 되었겠지. 철 모르는 아이들 손에 희생된 생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문명의 대학살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지 모른다.
세 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발바닥이 아파 오고 지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16,000보가 찍혔다. 더는 걷지 못하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1만 보 넘게 제대로 걸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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