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머물며 연일 비가 내린다. 이틀 전에는 태풍 오마이스가 남부 지방을 지나갔다. 여름의 끝자락에 궂은 날씨가 이어진다.
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이웃의 지인이 양평 강상면에 마련한 터에 들리고, 천서리에서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었다. 양평으로 가는 길은 예전에 밤골 생활을 할 때 어지간히 오갔던 길이다. 어느덧 20년 전인데, 이 코너를 돌면 무슨 음식점이 있었고 어떤 맛이었는지, 길을 달리니 옛 기억이 오롯이 떠올랐다. 무엇에 홀려 그렇게 올인했는지, 지나 보니 씁쓰레한 꿈이었다.
두물머리를 찾았을 때는 다행히 비가 멎었다. 산책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걸었다.
평일이고 날씨가 궂어 사람이 없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주변은 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다. 이 정도면 코로나 이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밖에 나가면 TV로 전해 듣는 코로나의 일상과는 딴판이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타당한 면이 있다. 코로나 예방 접종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살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8월 하순이니 두물머리 연밭의 연꽃은 이미 끝 때다. 대부분 연밥이 익어가고 있지만 만개한 꽃도 보인다. 하물며 이제 꽃봉오리를 내미는 늦둥이도 있다.
"삶이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어느 책에서 본 글귀다. 꽃이야말로 오로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조건의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는다. 불평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자리에서 순백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조심스러웠던 코로나 시대의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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