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여름이 싱겁게 지나간다

샌. 2021. 8. 31. 11:03

한여름의 기세에 비해서는 여름이 싱겁게 지나간다. 가을한테 자리를 내어주면서 여름은 홀가분한가 보다. 아무 미련이 없는 모습이 허허롭다. 자연의 변화는 이토록 무심하다.

 

경안천을 걸으러 나섰다. 이번에는 하류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는 천의 한쪽으로만 길이 나 있어 같은 길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찾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년 전만 해도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가는 흙길이어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포장이 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서하리 천변에는 45도로 기울어진 밤나무가 있다. 이 길에서 만나는 나무 중 그나마 눈에 띄는데, 나무 무게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힘들어 보인다. 대체로 여기까지 걷고 되돌아간다. 길을 계속 가면 경안천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며칠 전에 친구들과 만났을 때 조국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조국의 행위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조국에게 자신 있게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까, 라고 물었다. 한 친구는 그래도 이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많다고 하며 조국을 비난했다. 대화는 거기서 끊어졌지만 만약 계속되었다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이 있을 뿐이야. 덜 나쁜 사람은 상대적으로 착하게 보일 뿐이지. 어쩌면 세상을 망치는 것은 덜 나쁜 사람들일지 몰라. 나쁜 사람은 쉽게 눈에 띄고 비난을 받지만, 덜 나쁜 사람은 착한 가면 뒤에 숨어 타인을 교묘히 이용해 먹거든. 세상을 타락시키는 건 덜 나쁜 사람들의 농간일지 몰라. 아니면 방관일 수도 있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17,000보가 찍혔다. 9월에는 걸음 거리를 조금씩 늘리고, 작은 산부터 등산도 시작해 봐야겠다. 다락능선을 타고 도봉산에 올라보는 게 올 가을 목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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