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추석날 동네 산책

샌. 2021. 9. 22. 10:59

추석이지만 연 이태째 고향에 못 내려갔다.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는데 지금 내 사정이 그러하다. 교통 정체를 안 겪고 번거로운 만남이 생략되니 몸은 편해도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쓸쓸한 추석 명절이다.

 

오전까지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자 짙은 구름이 사라지고 밝은 가을 하늘이 열렸다. 비 내리다가 맑아지고, 맑다가 다시 흐려지고, 하는 것은 인생사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시름을 잊으려 동네 산책길에 나섰다.

 

집 앞 공터에 이제서야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다. 뜸 들인지 10년 만이다.

 

 

이 동네에 이사온 뒤로 아파트가 엄청 많이 들어서고 있다. 전에는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아파트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 해제된 모양이다. 경기광주역 주변의 역세권 개발로 새 아파트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전철 경강선이 개통한 지도 5년이 되었다. 집에서 멀어 이 역은 별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자주 찾는 경안천 길이다. 용인까지 쭉 뻗어 있다. 반대쪽으로는 퇴촌으로 이어지는데 곧 한강과 연결되는 길이 뚫릴 것 같다. 도시의 산책로와 달리 이 길은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양벌리에는 체육 시설이 모여 있다. 앞으로 이곳에 종합운동장과 실내수영장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시내를 벗어나 경안천 산책로를 걷는다. 가을 햇살이 따갑다.

 

 

밤과 오전에 내린 비로 경안천은 흙탕물이다. 

 

 

오랫동안 광주(廣州)는 수도권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다. 평소에 가지 않던 시내의 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보니 너른골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앞으로 5년 뒤에는 확 달라져 있을 것 같다.

 

추석날 동네 스케치를 하며 걸으면서 천상병의 시 한 편을 떠올린다. '불혹의 추석'이다. 아마 이때가 동백림사건의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진 뒤일 것이다.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아니건만은

더 쓸쓸한 사유는

고칠 수 없는 병 때문이다.

 

막걸리 한 잔,

빈촌 막바지 대폿집

찌그러진 상 위에 놓고,

어버이의 제사를 지낸다.

 

다 지내고

복을 하고

 

나이 사십에,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찾아간다.

 

- 불혹의 추석 /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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