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 뒷산을 한 바퀴 돌다. 청명한 날씨에 초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이 정도면 뉴질랜드의 하늘이 부럽지 않다. 미세먼지 걱정을 잊은 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아직은 한낮 기온이 높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 탓인가 보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로 공기가 좋아진 걸 체감한다. 코로나와 미세먼지와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간 활동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때문인지, 어쨌든 코로나 이후로 미세먼지나 황사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다. 코로나가 준 선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느긋하게 앉아 구름 구경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산모기가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산길에서도 연신 수건을 휘두른다. 그래도 팔에 앉는 놈은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해야 한다. 10월은 되어야 성가신 산모기에서 벗어날 것 같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이어 이번 추석도 귀향을 포기했다. 몸은 편한데 마음까지 편할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산모기는 산에만 있지 않고 내 마음속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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