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 40

금강초롱

언제쯤 야생의 금강초롱을 만날 수 있을까? 그동안 금강초롱을 보지 못한 건 내 간절함이 모자란 탓인지 모른다. 금강초롱을 위한 꽃 산행을 때맞추어 해 본 적이 없다. 속초에 가는 길에 한국자생식물원에 들렀다가 이 금강초롱을 만났다. 한국 특산식물원에 유일하게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이미 한창때가 지난 듯 시들어가고 있었지만,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습에서 고귀한 자태를 읽을 수 있었다. 아쉽지만 금강초롱과의 첫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내년에는 깊은 산 속에 피어 있는 너를 꼭 만나고 싶다.

꽃들의향기 2012.09.08

선자령과 권금성

궂은 날씨 가운데에서 맑은 초가을 하늘이 열렸다. 강원도의 산과 바다로 훌쩍 길을 떠났다. 아내와 동행했다. 먼저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오가는 산길을 걸었다. 갈 때는 능선길을, 돌아올 때는 계곡길을 따랐다. 능선길은 전망이 시원했고, 계곡길에서는 많은 꽃을 만났다. 왕복 9km 정도 되는 길을 걷는데 4시간이 걸렸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 있는 길이었다. 선자령은 눈꽃산행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계절에 찾아가더라도 특색 있는 풍경을 볼 것 같다. 속초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설악산 권금성에 올랐다. 처음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무조건 반대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유럽 알프스처럼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시설..

사진속일상 2012.09.08

루믹스 LX7

컴팩트 디카가 하나 더 필요해서 파나소닉 루믹스 LX7을 샀다. LX5 후속기종으로 최근에 발매된 것이다. 소니 RX100과 비교하며 망설였으나 광각과 접사 기능이 우수해서 이놈으로 선택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치는 수동 조리개 링이다. 필름카메라 시절의 수동 조작하는 느낌 그대로다. 디지털에 아날로그 마인드를 가미했다. 카메라의 기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새 카메라를 볼 때마다 실감한다. 아직 야외에서 찍어보지는 않았으나 LX7의 능력에 만족한다. 다만 휴대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주머니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깨에 걸 수밖에 없다. 더 작고 가벼운 또 다른 디카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디카는 내가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장난감이다. 이놈과 벗하며 재미있게 놀아야겠다.

사진속일상 2012.09.05

시간의 숲

야마오 산세이의 책을 읽은 게 이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은 야마오 산세이가 살았던 야쿠 섬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올봄에 개봉되었지만 뒤늦게 알게 되어 영화 자료실에서 찾아 감상했다. 배우 박용우는 영화 촬영을 끝내고 일본 남단에 있는 야쿠 섬으로 열흘간의 여행을 떠난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7,200년 된 조몬삼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 배우 타카기 리나를 만나고 둘은 숲과 해변을 거닐며 자연이 주는 고요와 평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스럽게 내면의 상처가 드러나면서 위안을 받는다. 자연을 통한 심리 치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수천 년 된 나무들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으로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두 사람의 대화보다 야쿠 섬 풍경과 숲, 조몬삼나무를 보는 게 더 흥미로..

읽고본느낌 2012.09.04

더 바랄 게 없는 삶

책장에서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 1938~2001)의 책 한 권을 꺼내 다시 읽어 본다. 야마오 산세이 하면 그분이 살았던 야쿠 섬과 7,200살의 조몬삼나무가 떠오른다. 에 이 나무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나무를 만나러 야쿠 섬에 가리라고 다짐했던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은 선생이 야쿠 섬에 살면서 쓴 에세이집이다. 선생은 1960년대부터 대안문화공동체 운동을 하다가 1977년에 가족과 함께 섬에 들어와 살았다.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고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시와 글을 발표했다. 삼라만상 온갖 것이 모두 신성한 존재임을 깨닫고 지구의 미래와 희망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었다. 을 통해 그런 선생의 생각과 삶을 살펴볼 수 있다. 가미미에 군이 배에서 일을 하다가 실수로 식칼을 바다에 떨구고..

읽고본느낌 2012.09.04

나무의 꿈

아름다운 가사에 맑고 고운 인디언 수니의 음색이 잘 어울린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듣는 노래다.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자리 나무 끝에 쉬어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

길위의단상 2012.09.03

행복 감성

행복을 누릴 줄 아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다. 비슷한 환경인데도 어떤 사람은 감사하고 행복해하는데 어떤 사람은 힘들고 불행하다며 징징댄다. 행복이 객관적 상황에 좌우되기보다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많은 연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행복을 발견하고 향유할 줄 아는 능력을 '행복 감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행복 감성이 발달한 사람은 밝고 풍요로운 인생을 산다. 선천적으로 행복 감성을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런 역할을 하는 행복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별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주위를 밝고 환하게 변화시킨다. 반면에 행복 감성이 부족한 사람은 본인이 피곤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도 짜증 나게 한다. 사람들이 누구를 ..

참살이의꿈 2012.09.03

한 달 동안의 금주

이빨 4개를 빼고, 때우고, 신경치료 하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특히 신경치료가 복잡했다. 치아에 있는 신경을 죽이고 보철물을 씌우는 작업인데 갈 때마다 2시간 가까이 입을 벌리고 있어야 했다. 의사 선생님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치료 기간에는 술을 딱 끊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금주를 한 건 처음이었다. 비 오는 날, 부침개를 앞에 두고 소주병을 꺼냈다가는 도로 원위치시킨 게 여러 번이었다. 밖에서는 "웬일이야?" 하는 소리도 들었다. 알코올 중독이 아니어서인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은퇴를 하고 나니 술 마시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모임이나 회식이 잦고 술이 빠질 수가 없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저절로 술을 찾게 된다. 또, 퇴직과 동시에 서울을 떴으니 친구..

길위의단상 2012.09.02

아내의 전성시대 / 임보

왜 법대생들이 그렇게 좋아했던가 몰라요 고시공부 하는 놈들이 공부는 않고 쫓아다니기만 했으니 아내의 회고담이 또 시작된다 한두 놈이 아니었다고 은근히 으스대는 투다 '법대생'이라는 말도 내 비위에 거슬린다 지금쯤 잘된 놈은 변호사가 되어 떵떵거리며 지내지 않겠는가 (하기사 못 된 놈은 복덕방에서 어정거리고 있겠지만) 키는 180도 넘은 멀대같은 놈들이 늘 따라다녔단 말이요 키가 180이라는 말에 또 야코가 죽는다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대꾸도 않고 숟가락질만 해댄다 수십 번을 들은 얘기이므로 다 알고 있는데 무슨 미련이 있는지 오늘도 점심을 먹다말고 어떤 친구 얘기 끝에 그녀는 자신의 황금시절을 회고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대문 밖에까지 따라와서 어정거리니 어쩌겄오? 다음엔 삼촌이 나와서 쫓아보냈다는 얘기..

시읽는기쁨 2012.09.01

덴빈과 볼라벤

두 태풍, 덴빈(TEMBIN)과 볼라벤(BOLAVEN)이 이틀 사이로 한반도를 지나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한 덴빈의 경로도 특이했다. 덴빈과 볼라벤은 형제 태풍이었다. 덴빈은 8월 19일에, 볼라벤은 20일에 북위 18도 해역에서 태어났다. 22일까지는 두 태풍의 세력이 비슷했으나, 23일부터 덴빈은 약해졌고 볼라벤은 강해졌다. 볼라벤이 강했을 때는 둘 사이에 60hPa 차이가 났다. 덴빈은 볼라벤의 힘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형이 동생한테 치인 격이었다. 북진하던 덴빈은 튕겨 나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치 두 당구공이 충돌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덴빈은 스핀이 걸린 당구공처럼 대만 해역에서 반시계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덕분에 대만이 며칠간 계속해서 태풍의 영향권에 놓였다. 이때 ..

길위의단상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