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88]

샌. 2009. 10. 10. 11:33

옛 진인은

잠시 인에서 길을 빌리고 의에서 잠자리를 의탁하지만

자유로운 소요의 공허에 노닐며

진실로 간소한 밭에서 먹고

남을 빌리지 않는 들에 서 있었다.

소요는 인위가 없음이며, 간소함은 보양을 쉽게 하는 것이요,

빌리지 않음은 소모가 없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를 일러 진리를 캐는 놀이라고 했다.

 

古之至人

假道於仁 託宿於義

以遊逍遙之虛

食於苟簡之田

立於不貸之圃

逍遙無爲也 苟簡易養也

不貸無出也

古者謂是采眞之遊

 

- 天運 3

 

이 대목에서는 '진리를 캐는 놀이'[眞之遊]라는 표현에 눈길이 간다. 인생이란 유쾌한 놀이가 되어야 한다.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고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즐기며 자족할줄 모른다면 삶의 멍에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꿉장난을 하며 놀듯이 인생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천진한 마음을 닮을 때 가능하다.

 

장자는 진인(眞人)의 특징으로 '무위', '간소함', '빌리지 않음'을 들고 있다. 노자의 삼보(三寶)를 연상하게도 되는데,욕심 없는마음과 소박한 생활이라는 면에서 대동소이하다. 이런 삶이라면 '진리를 캐는 놀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거기에는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만족과 즐거움, 자유가 있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다. 대신에 보통의 삶은 의무, 속박, 고통, 억지스러움이 얽혀 있다.지금이 아닌 미래의 행복을 약속한다. 그건 가짜 삶이라고 장자는 주장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삶을 놀이로서 즐기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유쾌한 생(生)의 철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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