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87]

샌. 2009. 9. 29. 09:30

옛날 서시는 가슴병이 있어

마을에 살 때 자주 눈을 찡그렸다.

마을에 추인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마을에 돌아오자마자 자기도 가슴을 부여안고

눈을 찡그리고 다녔다.

마을의 부자들은 그것을 보자

문을 걸어 잠그고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았으며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것을 보자

처자식의 손을 끌고 마을을 떠나 달아나 버렸다.

그녀는 찡그린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 알았지

그 까닭을 몰랐던 것이다.

 

故西施病心

而빈其里

其里之醜人 見而美之

歸亦捧心

而빈其里

其里之富人見之

堅閉門而不出

貧人見之

설妻子而去之走

彼知빈美

而不知빈之所以美

 

- 天運 2

 

서시(西施)는 춘추전국시대에 월(越) 나라의 미인이었다.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그 시대의 여자들에게 모방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흉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이 예화는 가르쳐주고 있다.

 

장자는 공자를 비난하는데 이 예화를 이용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주(周) 나라의 의례나 정치사상을 당시 나라들에 적용하려는 것이 마치 서시의 눈 찡그림을 흉내내는 추녀와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즉, 본질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유가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도가의 유가 비판이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장자 자신이 쓴 것이라기보다 후대에 제자들에 의해 추가된 부분일 것이다. 장자 읽기가 의미 있는 것은 도가와 유가의 논쟁을 떠나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며 반성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가에 있다.시대나 시대가 요구하는 이데올로기를 따를 것이 아니라 한 주체적 인간으로 서는 것이제일 중요하다. 서시는 서시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고, 마을 처녀는 그녀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걸 깨닫지 못한다면 그녀는 말 그대로 어리석은 추녀로 머물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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