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넓고 큰 광장에서 춤을 추면서
깃발을 높이 들고 만세 부르며
얼굴을 부비댄채 얼싸안아요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눈물과 한숨을 걷어치우고
운명의 저줄랑 하지 말 것을
하나님은 결코 죽지 않아요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입춘의 매화가 어서 피도록
대지의 먼동이 빨리 트도록
생명의 몸부림을 끊지 말아요
- 세월이 오며는 / 김대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 열린다. 약 3 개월 사이에 전직 두 대통령이 운명하시게 되었다. 묘하게도 두 분 다 진보쪽을 대표하는 분들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이 시는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6월 16일 일본에서 미국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쓴 것으로적혀 있다. 당시 비행기에서 이 시를 받은 사람이 이번에 처음 공개한 것이다. 1973년이라면 해외에서 한창 유신 반대 운동을 하실 때고, 일본에서 중정요원에 의한 납치 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전 일이다.
이분만큼 지지와 반대가 열렬하고 극명하게 갈라진 경우도 드물 것이다.그러나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며 평생을 애쓰신 분도 역시 드물다. 돌아가시고 나니 빈 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 1980년대 초, 이분이 김포공항으로 귀국하시던 날이 기억난다. 그날 오후에는 비상 직원회의가 열렸다. 절대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기관장의 훈시 내용은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그때는 그 말이 전혀 그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의 나는 별 사회의식이 없었고, 어떤 점에서는 지역 감정의 피해자이기도 했다.온갖 음해성 루머들을 별다른 비판도 없이 받아들였다. 김대중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하며, 비록 돌아가셨지만 당시의 어리석었던 생각과 잘못된 판단에 대해 용서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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