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달의 뒤편 / 장옥관

샌. 2009. 8. 28. 09:27

등 긁을 때 아무리 용써도 손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할 수 없는 시니피앙 '아'와 '으', 달의 뒤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뒤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뒤편이다

 

- 달의 뒤편 / 장옥관

 

 

대통령의 죽음과 로켓 발사 실패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지난 봄 노무현 대통령 타계시에는 북쪽에서 로켓 발사로 시끄럽더니, 이번 여름 김대중 대통령 타계시에는 남쪽에서 또 난리다. 북과 남이 연이어 발사 경쟁을 벌이는 이면에는 복잡한 국제 정치의 역학관계가 있을 것이다. 달의 뒤편이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면만 볼 수 있다. 우리는 보이는 면을 앞쪽이라고 하고, 보이지 않는 면은 뒤쪽이라고 한다. 사물에는 늘 양면이 있다. 앞이 있으면 뒤가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오늘 내가 웃는 웃음은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에 대한 보상이다. 내가 히말라야를 걸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지뢰로 한쪽 발을 잃고 절룩거리는 소년의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내 고뇌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세상은 모든 것이 합동하여 피어내는 한송이 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달이 한쪽 면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뒤편이 있음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뒤편으로 인하여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오히려 생의 비밀은 뒤편에 있다. 시인이 노래하는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물음 / 김광규  (3) 2009.09.02
김밥의 시니피앙 / 정일근  (0) 2009.08.29
세월이 오며는 / 김대중  (0) 2009.08.23
죽은 줄도 모르고 / 김혜순  (0) 2009.08.20
풍장 1 / 황동규  (0) 200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