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사는 양귀비도 있다. 물양귀비[Water Poppy]다. 화려하고 도도한 양귀비와는 달리 물의 겸허함을 배웠는지 부드러운 연노랑색이다. 너무나 강렬한 색감의 유혹하듯 하늘거리는 양귀비에 비해 물양귀비는 은은하면서 곱다.
물양귀비는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미가 원산이다. 물 아래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잎은 물 위에 떠 있는데 잎 자체도 관상용으로 손색이 없다. 노란 꽃잎 석 장이 달린 꽃은 중앙에 진붉은 수술이 자리잡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환하다.
궐련 말 듯
수박껍질마저 오그린
잉검불 태양도
물양귀비 미농지 꽃잎 하나를
말리지 못하고
어둠 내리자 꽃잎
스스로 눈을 감는다
단 하루 동안
세상 모든 걸 보았다고
보고 싶은 모든 것
오늘 다 있었다고
아쉽고 궁금한 것
더 없다고
꽃으로 왔다가
꽃으로 간다고
나더러
천천히 오라고
아 글쎄 저는 단 하루만에
이 세상을 지나면서
- 물양귀비 /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