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 / 문무학

샌. 2009. 7. 21. 10:11

물음표는 사람의 귀, 귀를 많이 닮아 있다

물어 놓고 들으려면 귀 있어야 된다는 듯

보이지 않는 쪽으로

그 언제나 열려 있다

 

물음표는 낚싯바늘, 낚싯바늘 그것 같다

세상 바다 떠다니는 수도 없는 의문들

그 대답 물어 올리려

갈고리가 된 것이다

 

물음표는 그렇다 문명의 근원이다

그 숱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낸

인간의 역사는 본디

의문을 푼 내력이다

 

- 문장부호 시로 읽기; ? / 문무학

 

문무학 시인의 '낱말'이라는 재미있는 시집이 나왔다. 문장부호와 낱말, 그리고 품사를 시로 읽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주로 낱말들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글자의 모양이나 상형성에 주목하여 한글이 가진 의미를 재미있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좀 깊이가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다.

 

시집에 등장하는 낱말은 총 61 개인데 그중에 몇 개를 아래에 옮겨 보았다. 어떤 낱말은 올리기에 좀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내용은 젊잖으니 상관 없을 것이다. 그런 단어을 등장시킨 시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새'는 '사이'를 줄인 말일 것이다

땅과 하늘 사이 하늘과 땅 사이

그 사이

날 수 있는 것은

새뿐이지 않은가

 

- 낱말 새로 읽기; 새

 

'슬그머니'에는 슬몃 나이가 끼어든다

나서긴 멋쩍고 물러서긴 아쉬운

참으로

어정쩡하기만 한

쉰몇 살

그 부근의.....

 

- 낱말 새로 읽기; 슬그머니

 

옷 입다 거울 보면 내가 곧 '옷'자 된다

양팔을 들어 보고 다리 쫙 벌려 보면

'옷'자가

체경 속으로

자막처럼 스쳐 간다

 

- 낱말 새로 읽기; 옷

 

한글이 소리글자라면 '씹'자가 이상하다

사람 '인人'자 두 개가

하나가 되어서

다리들 서로 걸치고 엉켜 있지 않은가

 

- 낱말 새로 읽기; 씹

 

'좆'이란 '성숙한 자지'

준말만이 아니다

'ㅏ'가 올라붙고

'ㅣ'가 떨어졌다

성숙은

붙일 건 붙이고

버릴 건

버리는 것

 

- 낱말 새로 읽기; 좆

 

이쯤 되면 나도 우스갯소리 하나 붙여야겠다. 목욕탕에 다녀온 꼬마가 남자들 거시기가 다 다른 걸 보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내 것은 고추라고 하는데 형 것은 뭐야?" 할머니 왈 "그건 자지." "그럼 아빠 것은?" "그건 좆이야." "그럼 할아버지 것은 뭐라 그래?" 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단다. "그건, 좆도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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